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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온라인 공연' 열기…듣고 보고 몰입감 극대화

등록 2020.12.22 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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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머시브 오디오 시어터 극단 다크필드

온라인 체험극 '더블(DOUBLE)'등 눈길

[서울=뉴시스] 온라인 체험극 '더블'. 2020.12.22. (사진 = 스마트폰 캡처 이미지)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온라인 체험극 '더블'. 2020.12.22. (사진 = 스마트폰 캡처 이미지)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대목이어야 할 연말 공연계가 얼어붙었다. 대신 온라인 공연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그나마 온기를 전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온라인 공연은 영국 이머시브 오디오 시어터 극단 다크필드(Darkfield)의 온라인 체험극 '더블(DOUBLE)'이다.

우란문화재단의 기획 공연으로 오는 28일까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체험할 수 있다. 다른 온라인 공연이 영상의 구성과 화질 등에 신경을 쓰는 것과 달리 이 공연은 청각에 초점을 맞춘다.

눈을 감은 채, 20분가량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서사가 진행된다. '카그라 증후군(Capgras delusion)'이 소재다. 오랫동안 만나온 가까운 사람이 생김새만 똑같은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었다고 믿게 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관객 아닌 '청중'은 여성의 음성에 따라 식탁 또는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는다. 2인이 마주보고 경험하는 것이 좋지만 혼자라도 무방하다.

초반에 잠깐의 적막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남성의 구두 소리가 들려온다.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 그 남성 앞에는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 주변에서는 윙윙거리는 파리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바로 귓바퀴 옆에서 들리는 남성의 숨소리.  끔찍스러워서 몸이 으쓱하고 털끝이 쭈뼛해진다.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공연이 진행되다 보니, 상상이 극대화된다. 그것은 공포와 직결된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심리적 체험시간은 더 길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360도 입체음향 기술이 '더블'의 핵심이다. 단지 이어폰을 착용했을 뿐인데, 공간감이 일품이다. 지난 7월 다크필드가 론칭한 '다크필드라디오(Darkfield Radio)'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편집본·풀숏본, 선택하세요

국립극단이 '온라인 극장'을 통해 지난 18~19일 상영한 'SWEAT 스웨트'(연출 안경모)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 린 노티지(Lynn Nottage)의 작품이다.

애초 지난 9월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내 초연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이번에 '스웨트' 온라인 상영의 특징은 관람객 취향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국립극단에서 화면을 편집한 편집본(18일)과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전체 화면을 담은 풀숏본(19일) 두 가지 버전으로 작품을 상영했다. 177분의 긴 러닝타임으로, 대면 공연과 동일하게 인터미션 15분을 삽입했다.

[서울=뉴시스] 연극 '스웨트'. 2020.12.22.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스웨트'. 2020.12.22.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편집본은 무대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구성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다만 풀숏본은 카메라와 무대가 다소 멀어 시청이 불편했다는 일부 관객의 목소리도 있다.

작품은 온라인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수작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일과 후 동네 술집에 모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인간 존엄까지 벼랑 끝에 내모는 노동 현실로, 인종의 서열화를 다룬다.

미국의 호황이 끝나고 불황이 싹 트기 시작하는 2000년대가 배경으로, 미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게도 큰 아픔을 안겼기에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한다.

백인 노동자의 문제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J D 밴스의 동명 고백록이 바탕인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와 비교할 지점도 있다. 노티지는 '스웨트'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최초의 흑인여성 작가가 됐다.

국립극단이 '스웨트'에 앞서 극단 하땅세와 공동 제작으로 10~12일 선보인 '동양극장 2020'(작 김기림·이서구, 연출 윤시중)은 온라인 공연 시청자 층을 중장년층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1930년대 공연 양식을 되살렸다. 1930년대 대표적 대중극 '어머니의 힘'과 최초로 무대에 오르는 시인 김기림의 희곡 '천국에서 왔다는 사나이'를 하나로 엮었다. 특히 '어머니의 힘'은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 가난한 여성의 들끓는 모성의 빤한 이야기지만, 영상을 통해 접하는 순간 새롭게 환기된다.

영상 속 배경의 몰입감 극대화

일본의 세계적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온라인 콘서트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으로 실시간 스트리밍된 사카모토의 공연은 회색빛 길거리와 폐건물 등을 덧댄 영상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대표곡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들려줄 때, 창밖으로 몽환적인 풍경이 보이는 푸른 방에서 연주하는 듯한 장면은 온라인 공연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미국에서 주목 받은 온라인 스트리밍 뮤지컬로, 해븐매니아가 내년 1월31일까지 국내에서 공개하는 '에스텔라 스크루지'도 온라인에 특화된 공연이다.

[서울=뉴시스] 온라인 스트리밍 뮤지컬 '에스텔라 스크루지' 한 장면. 2020.12.09. (사진 = ㈜엠피앤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온라인 스트리밍 뮤지컬 '에스텔라 스크루지' 한 장면. 2020.12.09. (사진 = ㈜엠피앤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국내에서 마니아 층을 구축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오리지널 프로덕션 팀의 연출 존 캐어드(John Caird)와 음악감독 폴 고든(Paul Gordon)의 새 작품이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1834)을 중심으로 '위대한 유산', '리틀 도릿', '블리크 하우스(Bleak house)'의 등장 인물들과 줄거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다른 화면을 집어넣는 '크로마키' 기술과 세트 등를 이용해 가상으로 촬영했다.애니메이션과 배우의 영상을 혼합해서 제작했다. 기존 뮤지컬 촬영본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 시대에 처음부터 온라인 스트리밍을 겨냥한 작품이다.

대본도 쓴 캐어드는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 "이런 미치고 화가 나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뮤지컬을 살려낼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갈등과 고난의 시기를 통과하는 어둠 속에 긍정적인 빛을 비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를린필이 2008년부터 운영해왔고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더 주목 받은 디지털 콘서트홀이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정기 구독자가 늘고 있다.

지난 20일 새벽 3시와 오후 8시에 스트리밍된 조성진의 베를린필 협연 무대가 큰 관심을 받았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지휘봉을 잡은 이 무대에서 조성진은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는데, 영상과 음향의 질이 높았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이 출연한 무대로 작년 8월 브란덴부르크 토어 야외 음악회에서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필이 들려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영상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연말이면 콘서트홀마다 울려퍼지는 곡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잇따라 콘서트가 취소되면서 이 영상을 보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공연을 통한 수익금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앙상블 배우들과 무대 크루를 포함한 현장 스태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라이브 상영회도 있다.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오는 25일 오후 7시·26일 오후 2시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를 통해 'EMK 아카이브 엿보기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최종 드레스 리허설 상영회'를 상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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