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채무변제확인서 위조해 받은 돈은 범죄수익"
보이스피싱 조직원 지시로 금전 편취
6명 피해자들로부터 총 7695만원 받아
피고인 "보이스피싱 범죄인지 몰랐다"
[서울=뉴시스] 대법원.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건네받고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자 유인책인 B씨가 정해준 계좌로 송금하는 대가로 한 건당 5%의 수당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역할 분담에 따라 B씨는 "기존 대출이 30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중 일부인 1350만원을 우리 직원에게 건네주면 기존 대출을 상환한 후 저렴한 금리로 전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B씨의 지시를 받은 A씨는 지난해 3월24일 한 피해자를 만나 1350만원을 건네받는 등 6명의 피해자들로부터 7차례에 걸쳐 모두 7695만원을 가로채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도 있다. 그는 상호란에 특정 은행 이름이 적히고 대표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란에는 가짜 정보가 기재된 위조 채무변제 확인서를 피해자들에게 건네주면서 현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범행을 통해 한 피해자로부터 1100만원을 받은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제공받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송금인으로 하고 총 11차례에 걸쳐 1045만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하는 차명계좌에 입금했다.
A씨 측은 "채권추심업체를 사칭하는 B씨에게 속아 해당 업체의 수금사원 혹은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B씨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 전달했을 뿐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채무변제 확인서가 위조된 것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한 횟수가 7차례에 이르고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지 않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배상 신청을 한 피해자에게 가로챈 11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심은 그러나 A씨에 대한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고 1심 판결을 파기했다.
2심은 "피고인이 송금한 1045만원은 피고인과 B씨가 공모해 피해자를 기망한 사기죄에 의해 생긴 재산일 뿐, 중대범죄인 사문서 위조 등에 의해 생긴 재산이라고 볼 수 없어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이 정한 범죄수익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기 범행으로 피해자로부터 직접 교부받은 금액은 1100만원에 불과해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이 정한 '범죄 행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이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받은 1100만원의 경우 사기에 의해 생긴 재산일 뿐 사문서 위조 등 중대 범죄에 의해 생긴 재산으로 볼 수 없어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에서 정한 범죄수익으로 볼 수 없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은행 명의의 채무변제 확인서를 작성한 행위는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채무변제 확인서를 위조·행사한 것이고 실제 현금을 받았으므로 1100만원은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 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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