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코로나19로 멈췄던 한글배움 다시 시작…아주대 '샘터야학'

등록 2021.10.09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987년 설립된 아주대학교 교육봉사 동아리

'함께 배우는 마음으로'…어르신 무료 한글 교육

'위드코로나' 소식에 2년째 멈춘 수업 재개 준비 중

아주대학교 교육봉사 동아리 '샘터야학' 수업. (사진=샘터야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주대학교 교육봉사 동아리 '샘터야학' 수업. (사진=샘터야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변근아 이병희 기자 = "이제 막 한글이 머리에 들어가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던 차에 코로나19가 터져서 수업이 중단됐어요. 다시 수업이 열리면 매일같이 나가서 또 배울 거예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찾은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위치한 샘터야학. '함께 배우는 마음으로'를 교훈으로 1987년 설립돼 30년 넘게 아주대학교 인근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검정고시반, 청소년반도 있지만 주 수업은 어르신 대상 기초 한글교육이다. 교육봉사에 뜻을 모은 아주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기초반, 심화반으로 나눠 한 수업당 4~5명의 어르신 수업을 대학생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맡는다. 단계에 맞는 한글교재로 문장을 읽고, 쓰면서 배워나간다. 그날그날 수업에서 받아쓰기를 통해 진도를 점검하고, 소규모 수업의 장점을 살려 틀린 부분을 곧바로 고쳐드리면서 소통한다.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30년 넘게 매일 북적였던 강의실이 갑작스레 '멈춤' 상태가 됐다. 어르신들은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수업에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3년 넘게 샘터야학 수업을 들었던 우순옥(65)씨는 다시 한글 수업이 재개되기만을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씨는 "글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배우고 싶어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것이 가슴 속 응어리로 남아있었다"며 "뒤늦게라도 한글을 배우고 싶었는데 지나가다가 한글교육 봉사가 있다는 안내를 보고 찾아가 수업을 들었는데 갑자기 코로나로 2년째 배움이 멈춘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혼자 배움을 이어가보려고도 했으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결국 ‘기다림’ 뿐이었다.

"병원을 가도 이름 석자 외 글자들을 이해하고 쓰기가 어렵다. 문자도 ‘안녕하세요’와 같은 간단한 단어는 쓸 수 있지만 아직 원하는 대로 문장을 길게 쓰진 못한다"면서 "다시 학당이 열려 글을 배운 뒤 시도 써보고 싶고, 남들과 길게 문자도 주고받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빨리 샘터야학에서 수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위드 코로나’ 방침에 맞춰 샘터야학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낡았으나 그동안 제대로 고치지 못했던 강의실의 장판·도배를 새로 하고, 신입부원 10명도 모집하는 등 수업 재개 준비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샘터야학 수업 재개를 위해 공간 정비 중인 아주대학교 학생들. (사진=샘터야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샘터야학 수업 재개를 위해 공간 정비 중인 아주대학교 학생들. (사진=샘터야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 곧바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강사들 오리엔테이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수현(환경안전공학과 3학년) 샘터야학 회장도 요즘 수업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제 수업을 다시 하는지'를 묻는 어르신들의 연락에 속이 탔던터라, 요즘은 모처럼 즐거운 마음이다.

그는 "열심히 오시던 어르신 중에 이름 석자를 못 써서 혼자서는 은행도 못 갔는데 이제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셨던 분이 계셨다. 식당 간판도 읽을 수 있고, 눈이 트였다고 굉장히 좋아하셨다"며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 상황에 수업이 끊겨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샘터야학 교육봉사는 제가 지금까지 했던 봉사활동 중에 가장 보람찬 일이었다"며 "어르신들의 한글 실력이 느는 게 보이고, 저의 도움으로 한 사람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일에서 뿌듯함도 느꼈던 만큼 다시 수업을 시작하면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서 한글을 몰라서 불편함을 겪는 일이 없도록 가르쳐드려서 한글을 꼭 깨우치게 해 드리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