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우크라 충격에 뭉치는 美 동맹…자유주의 국제질서 지켜낼까

등록 2022.03.09 19:41:17수정 2022.03.09 19:48:4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美와 유럽·아시아 동맹들, 러 우크라 침공 대응에 단합

푸틴 제압해 우크라 사태 해결시 자유주의 질서 전진

러시아 우크라 장악한다면 "새로운 무질서 세계"

[워싱턴(미국)=AP/뉴시스]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2.03.02.

[워싱턴(미국)=AP/뉴시스]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2.03.02.


[런던=뉴시스]이지예 특파원 = 미국과 세계 곳곳의 동맹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에 모처럼 똘똘 뭉치고 있다. 유럽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의 주요 동맹들도 러시아 제재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들이 단결해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제압한다면 미국이 이끄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새로운 기회가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전례 없는 '무질서'가 도래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美와 동맹, 대러 제재 단합…"푸틴이 자유진영 활기 북돋아"

미국 CNBC는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래 동맹들과의 관계 재건 전략을 취해 왔다며 지난 2주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들 동맹이 뭉치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레바 구존 로디움그룹 중국 사업자문 관련 선임 매니저는 "미국은 유럽뿐만 아니라 기술가치사슬의 핵심 국가인 일본과도 금융 제재와 수출 통제를 조율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 미국과 동맹들 사이 관계 악화로 인한 불확실성은 계속돼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자 독일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가 대러 자산 동결과 전략물자 수출금지, 러시아 은행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 등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다국적 대응은 전후 규칙기반 세계 질서의 종말이 불가피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독일은 지난 수십년간 국방비 증액을 망설였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특별 방위기금 1000억 유로(약 134조6200억 원) 를 조성하고 올해부터 국내총생산(GDP) 2% 이상을 국방비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에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러시아를 퇴출하는가 하면 주요 글로벌 기업들마저 줄줄이 러시아와 관계를 끊었다.

자유주의 진영은 바이든 취임 후로도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중국·러시아 압박 수위 같은 문제로 내부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이 긴밀히 발을 맞추고 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사령관은 "1950년대 구축된 세계 시스템을 자동차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면에선 구식이지만 잘 조율을 할 수도 있다"며 "모순적이게도 푸틴은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기억하는 어떤 것보다도 이 시스템에 활기를 북돋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러시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2.02.08.

[모스크바(러시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2.02.08.


중국 등 숱한 도전 앞에…"푸틴이 성공하면 무질서 세계"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자유 진영이 결집하는 형세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현 위기는 우리가 기존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당연시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끊임 없이 투쟁해야 하며 경계를 늦추는 순간 이 질서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진다고 해도 자유주의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해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서방 국가 내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가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부 정치 문제도 자유주의 질서의 발목을 잡는다. 미국 국내 정책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첨예한 갈등으로 미 정치가 갈수록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무제협의회 회장은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군사강국이자 경제강국이고 다른 나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이라면서도 "문제는 미국 내부 정치가 과연 리더 역할을 허용하는가이다"라고 NYT에 말했다.

이라크와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라이언 크로커는 서방의 단결로 푸틴 대통령을 제압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풀어내면 미국의 리더십 속에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전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대부분 또는 전부를 장악하고 푸틴이 러시아 경제를 대체로 안정적이게 이끌어 나간다면 '새로운 무질서의 세계'를 맞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