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속 극단 선택' 수원 세 모녀, 공영장례 치른다
경찰, 시신 인계 유족 없어 무연고 사망자 시신처리 요청
24일 오후 5시부터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빈소 마련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가 실거주했던 연립주택 현관문 앞 전경. 2022.08.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천의현 기자 =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으로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경기 수원 세 모녀에 대해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가 공영 장례를 진행하기로 했다.
24일 수원시와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세 모녀의 시신을 당초 인계받기로 했던 친척 관계에 있는 유족이 수원남부경찰서를 방문해 시신을 인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를 확인하는 관련 서류를 작성한 뒤 돌아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무연고자 시신에 대한 처리 요청을 위해 세 모녀가 실거주했던 권선동을 관할하는 수원시 권선구청 사회복지과에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다.
또 공영 장례업무를 담당하는 수원시 장묘문화팀은 이날 오전부터 내부 회의를 열고 이재준 수원시장의 결재를 받아 세 모녀에 대해 공영 장례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 모녀와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며 "전입신고조차 하지 못해, 어떤 사회적 보호도 받을 수 없었던, 복지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살아갔던 그분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현재 세 모녀의 시신은 생전에 살던 실거주지와 가까운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 보관돼 있다.
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시민 누구나 조문할 수 있도록 빈소를 차릴 예정이며, 25일 오후 2시께 원불교 예식으로 추모의식을 갖기로 했다.
시는 무연고 사망자가 별도의 종교를 갖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 각 분기별로 정해진 종교단체에 의뢰해 장례의식을 거행토록 하고 있다.
시는 이들에 대한 종교 추모의식을 마치면 26일 오후 1시께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같은 장소에 조성돼 있는 봉안시설에 세 모녀의 유골함을 안치할 계획이다.
시가 세 모녀에 대해 공영 장례를 치르게 되면 이는 올해로 8번째다. 시는 지난해 8월 이를 처음 시행하고 그해 12월까지 모두 17건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 장례를 치렀다.
시 관계자는 “안타깝게 숨진 세 모녀의 마지막 길이라도 종교의식을 통해 편히 모실 수 있도록 공영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말헀다.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2시 50분께 자신들이 실거주하던 연립주택 건물 관계인이 "세입자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내용의 신고를 112에 접수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당시 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 신고 접수가 들어온 집 문을 강제 개방해 들어가 집 안에서 여성으로 보이는 시신 3구를 발견했다.
이 집은 60대 여성 A씨와 각각 40대인 딸 B·C씨가 살던 곳이지만, 경찰은 발견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을 특정하지 못 했다.
다만 경찰은 해당 집에 외부 침입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 모녀는 숨지기 전 A4 용지 9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04년부터 희귀성 질환을 앓다가 숨진 아들의 지인이 사는 화성시에 주민등록만 둔 채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생활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건강보험료가 16개월째 체납돼 20여만원이 계속 밀리자 현장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등록상 기재돼 있던 화성시 주소지로 찾아갔지만 소재지 파악에 어려움을 겪자 복지서비스 '비대상자'로 전환한 채 더이상 행적을 찾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세 모녀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위기가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복지정보시스템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주거지에 사는 분들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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