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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계장부 보고·탈퇴금지 시정 착수…금주 곳곳 노정충돌

등록 2023.02.12 15:00:00수정 2023.02.12 15: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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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노조에 15일까지 회계장부 점검보고 요구

노동계 "상세 내용까지는 월권"…표지만 제출키로

고용부, '탈퇴 금지' 산별노조 규약 시정 절차 착수

금속노조 "위법 아냐" 진통 예고…노정갈등 심화도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22.12.2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22.1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와 노동계 간 충돌이 이번 주 곳곳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오는 15일까지 노조에 회계 장부 비치 여부를 보고하라고 요구한 데다 이르면 오는 13일 산하 조직의 집단탈퇴를 금지한 산별노조 규약과 관련해 시정명령 절차에 착수하기로 하면서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노조는 오는 15일까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고용부에 보고해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14조에 따라 노조가 이러한 의무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해 말 한덕수 국무총리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처음 언급하고,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노조의 '깜깜이 회계'를 공개해 조합원들이 재정 운용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노조법 제14조는 '노조는 조합 설립일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러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해 말부터 약 한 달간 노조가 스스로 이를 점검·보완할 수 있도록 '자율점검기간'을 운영했다.

이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334곳에 점검 결과 보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노조법 제27조에 따르면 노조는 행정 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고용부는 특히 점검 시 장부 비치 여부 등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장부 표지 1장과 장부 내용 중에 부담이 없는 속지 1장을 찍어 증빙자료로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양대노총은 회계 장부 보고와 관련해 표지만 내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정부가 상세 내용까지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고,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명백한 '월권'이라는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 내용을 찍어 보고하는 것은 법이 정한 장부 비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내용에 대해서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08. [email protected]

한국노총은 아예 산하 조직에 '노조 회계 자율점검결과서 제출 요구에 대한 현장 대응지침 알림'이라는 공문을 보내 장부의 표지만 내고 속지 등 내부 자료는 제출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는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정 간 충돌이 예상된다. 노조법 제96조는 '서류를 비치·보존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를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서류 비치·보존 여부 자체를 확인하는 것인 만큼 법 위반 시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산하 조직(지부·지회)의 집단탈퇴를 금지한 산별노조 규약과 관련해 이번 주 시정명령 절차에 착수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노정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는 자체 규약을 통해 산하 지부나 지회가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더라도 조직 형태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바꾸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러한 규약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법은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총회 의결을 거쳐 노조의 조직 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금속노조가 기업노조 전환을 추진한 포스코지회 임원 3명을 제명한 사건 등을 계기로 노조 규약의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고용부가 산별노조의 해당 규약을 위법하다고 보고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정명령 추진 대상은 금속노조, 사무금융노조, 전국공무원노조다.

고용부는 이르면 오는 1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노조 규약이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노동위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는 이번 주 월요일께 지노위에 요청할 계획"이라며 "의결을 요청하면 (의결되기까지) 60일 정도 소요되고, 이후 의결서를 받아 시정명령에 들어가는 절차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제=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해 7월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집행부들이 대우조선지회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2022.07.22.suncho21@newsis.com

[거제=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해 7월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집행부들이 대우조선지회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러나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권하는 노조법상 노조가 가지고 있다"며 "금속노조는 단일노조로, 금속노조 아래 지회 조직은 노조법상 노조가 아닌 만큼 조직형태 변경 권한은 금속노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고용부가 조직형태 변경과 관련한 노조법상 규정을 위반하고, 산별노조 체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직 고용부가 시정명령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금속노조 내부에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 단체협약 조항에 고용부가 시정조치를 내리자 수정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채용 조항은 사문화된 것이어서 바꾸는 게 옳지 않겠냐는 총의가 모아진 것"이라며 "하지만 탈퇴 조항은 위법도 아니고 내부 통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동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노조가 30일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법에 따라 사법조치 한다는 방침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정부가 노동개혁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노정 갈등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임금체계·이중구조·노사관계 등 개선을 위한 전문가 중심 회의체를 잇따라 출범했다. 이들 회의체가 '재계 소원수리 창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당사자인 노사는 배제된 상태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과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 오는 5월 20만 총궐기와 7월 대규모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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