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0일간 세 차례 양보했는데…꿈쩍 않는 의료계
3월부터 처분 불가피→유연한 처분 선회
의대 정원 일부 조정…내년 1509명 늘려
이탈 중 휴가, 병가 등 부득이 사유 인정
전공의 8%만 출근…의협 촛불집회 나서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전공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 100일 간 정부가 의료계 설득을 위해 양보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정 갈등은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8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19일 '빅5 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현장을 이탈한 이후 오는 29일로 정확히 100일째가 된다.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대거 현장을 이탈했는데 2월26일에 사직서 제출자가 1만 명, 3월7일에 근무지 이탈자가 1만 명을 넘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를 향해 크게 세 차례 유화책을 제시했다.
먼저 전공의 처분 유예다. 정부는 급작스런 의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의대 증원 발표와 동시에 진료유지명령 및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당초 2월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3월부터는 처분이 불가피하다며 최후 통첩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자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위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는데, 총선을 앞두고 유연한 처분을 하겠다며 3월 중순부터 관련 절차를 정지했다. 현재까지 사전통지서 발송은 7088명에서 멈췄고 본 처분 통지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두 번째는 의대 정원 조정이다. 의료계에서 가장 반발하던 증원 숫자는 당초 의료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통일된 안을 가져와야만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국립대 총장들이 갈등 해소 차원에서 조정을 건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정부는 2025학년도 입학 정원 증원분에 한해 50~100%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당초 증원분 2000명에서 491명이 줄어든 1509명 증원안을 심의·의결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등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를 마친후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는 모습. 2024.05.16. [email protected]
전문의 시험은 매년 1월에 시행되는데 원칙적으로 학기가 종료하는 2월까지 수련을 마칠 수 있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하고, 예외를 두더라도 5월까지는 수련 기간을 다 채워야 한다.
이에 따라 2월19일에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는 원칙적으로는 5월19일이 지나면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근무지 이탈 기간에도 휴가나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을 받았다면 그 기간 만큼은 추가 수련 기간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한 번 더 손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복귀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3일 기준 복지부가 조사한 100개 수련병원에 레지던트 출근율은 6.8%로 675명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조사한 나머지 1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를 합해도 전체 레지던트 1만501명 중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8%인 839명에 그친다.
의료계와의 관계 역시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상태다. 지난 100일간 의료계 대표격인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임현택 회장 체제로 전환했는데 오는 30일에는 '한국 의료 사망 선고' 촛불집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는 의료계가 잘못하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면서도 "전체 의료계로 보기 보다는 눈치를 보고 있는 전공의들이 일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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