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계' 예고한 이스라엘…가자 전쟁 향후 시나리오는

"격렬한 단계 곧 종료"…북부로 초점 옮겨

가자서 소규모 공습 전망…권력 공백 우려도

레바논과 전면전 가능성…미국과 갈등 불가피

[가자지구=신화/뉴시스] 2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학교 교실을 살피고 있다. 2024.06.26.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치열한 전투는 끝났다며 새 국면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레바논 헤즈볼라와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향후 가자지구 전쟁 향방이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3일 TV 연설에서 "하마스와 전쟁에서 격렬한 단계는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휴전이 임박한 건 아니라고 선 그으면서, 대신 가자 전쟁을 위해 남부에 배치한 병력을 철수해 북부로 옮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파의 거센 반발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을 제거할 때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은 현재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진행 중인 군사 작전을 마친 뒤 더이상 대대적인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초기 가자 북부를, 최근 약 두 달간 남부를 집중 공격했지만 중부 도시에는 대규모 지상 공격을 하지 않았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25일 미국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가진 회담을 통해 이스라엘 초점이 북부 국경의 레바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갈란트 장관이 미국 측과 "가자지구 'C단계'로 전환과 레바논을 포함한 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자 전쟁 초기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 목표물과 인프라에 대한 집중 공습, 하마스 등 무장 조직을 목표로 한 지상 작전, 이스라엘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안보 현실 등으로 구성된 3단계 전투 계획을 설명했었다. C단계는 마지막 계획에 해당한다.

[라마트 간=AP/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각) 라마트 간에 있는 셰바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4.06.26

이를 토대로 전망할 때 향후 가자지구 전쟁은 인질 구출 작전과 같은 소규모 공습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 관계자들은 하마스가 재부상하는 걸 막기 위해 초기 점령 지역을 대상으로 계속 짧은 공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다른 지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지 않은 채 철수해 권력 공백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공습으로 하마스의 재집권은 막겠지만, 이 때문에 다른 조직과 하마스 간 영향력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권력 공백이 장기화돼 가자 재건과 구호품 분배 등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집트로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남부 국경에 대한 통제권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 최측근인 차치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하마스 이후' 계획을 구체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가자 주민으로 구성된 행정 기구를 세우는 계획이 며칠 내 가자 북부에서 실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키암=신화/뉴시스] 지난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키암에서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2024.06.26.

헤즈볼라와 전면전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이 병력을 북부로 옮겨 대응하면 국경 이북으로 헤즈볼라를 더 밀어낼 순 있지만, 로켓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

일각에선 가자지구에서 '새로운 단계'를 선언한 것 자체가 헤즈볼라와 긴장 완화를 노린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표방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해 왔다.

가자지구 대규모 공격에 반대해 왔던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마찰은 줄이겠지만, 가자지구 운영 방식에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갈등 관계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바논과 전면전에 나설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큰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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