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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미국우주과학, 이강필에게 경례

등록 2012.06.30 06:11:00수정 2016.12.28 00: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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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02>  위대한 실용 과학자는 의사가 아니다. 의료인이 못 된 엔지니어가 암을 정복했다는 변고는 수용될 수 없는 현실이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02>

 미국의 우주과학이 이강필(68) 박사에게 경의를 표했다.

 매사추세츠 말버러에서 ‘아스펜 시스템스’를 경영하는 이 박사가 미국 우주기술재단(스페이스 테크놀러지 파운데이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사실상 국제 우주과학기술계가 이 박사의 업적을공인한 셈이다. 재단은 “우주기술을 지구의 생활환경 개선에 적용한 탁월한 본보기”라고 이 박사를 치켜세우며 영예로운 메달을 안겼다.

 1988년 제정된 이 명예의전당에 입성한 유일한 한인으로 기록된 이 박사는 초절연 자유변형 에어로젤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 박사 이전 각국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70년에 걸쳐 도전했으나 실패한 분야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물질의 실체를 1993년 지구인 최초로 이 박사가 제시했다.

 이 박사의 에어로젤은 즉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 공급됐다. 이후 수요가 급증하자 이 박사는 2001년 ‘아스펜 에어로젤스’라는 자회사를 세웠다. 아스펜에어로젤스는 NASA는 물론, 어느새 세계의 수요를 책임지고 있다시피 하다. 이 박사의 에어로젤 ‘발명’ 노력과 과정은 2002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케이스 스터디 교재로 채택, 연구 중이기도 하다.

 에어로젤은 현 시점 최고의 단열소재다. 95% 이상의 공기를 균일하고 저렴하게 나노 기공에 분포시킨다. 기존의 단열재보다 3~10배 위력적이다. 우주선 말고도 원유 시추와 정유, 의류, 국방 등 별의별 분야에서 두루 각광받고 있다.

 에어로젤의 매출목표는 100억 달러 선이다. 미국의 석유회사 엑손 모빌, 우리나라의 제일모직 여수공장 등지에서도 단열 표준재로 뿌리내렸다. 방화, 내연, 방폭, 방음 효과는 덤이다.

 에어로젤만 파고들지도 않는다. 특수 중합체, 로봇 시스템, 연료전지용 수소발생 장치, 나노 소재를 도입한 디젤엔진 매연제거 촉매제, 전투기나 탱크 등의 표면에 내장하는 군사용 플렉서블 안테나, 심장마비 조기탐지센서, 초소형 냉동압축기 등 이 박사가 선도하는 부문은 참 많기도 하다.

 1993년 미국 환경청이 성층권 오존 보호장치로 포상한 친환경 냉매냉장 시스템은 미국 전역의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에서 일반화한 지 오래다. 4년 전에는 차세대 친환경 불연·난연재(인산염 중합체) 개발에도 성공, 상용화했다.

 아스펜시스템스는 1999년 미국 상무부 선정 최우수 10대 중소기업이다. 2006년에는 미국정부 중소기업 기술혁신촉진 프로그램(SBIR)에 참여한 1만7000개 중소기업 가운데 상위 56에 들었다.

 이 박사는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 기계과를 졸업했다. 1972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과로 유학했다. 1978년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지 회사에서 경력을 쌓다가 1984년 아스펜시스템스를 설립, 오너가 됐다.

 이 박사는 “스페이스 테크놀러지 홀 오브 페임에 헌액돼 영광”이라면서 “항상 글로벌 차원의 공익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기술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노익장이라고 불러야 할 이 박사의 ‘새로운 기술’ 중에는 암 치료법도 있었다. 열 만으로 간단히 암을 퇴치하는 법을 아스펜시스템스의 7개 계열사 가운데 하나가 이미 5년 전 완성, 동물실험에서 놀라운 효험을 봤다. 섭씨 45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암세포가 죽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암세포에게로만 열을 보내는 요법이다. 역시, 이론에서나 가능한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한국의 기업이나 병원이 사람 대상 임상실험을 주도하게 하려고, 생명도 살리고 천문학적 액수의 돈도 벌게 하려고 여러 차례 조국을 찾았지만 별무소용이었다. 공학박사 이강필의 설명을 대한민국의 의학박사와 의대교수들은 도무지 믿으려 들지 않았다.

 미국으로 돌아간 이 박사는 동물병원에 이 기적의 의술을 적용했다. 암에 걸린 고령 애완견들을 숱하게 살려냈다. 그러나 첩첩산중, 어느 세월에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을는지 요원했다. 인류 염원적 첨단기술을 지난해 12월 오스트레일리아의 회사로 넘기고 만 이유다. 

 위대한 실용 과학자는 의사가 아니다. 의료인이 못 된 엔지니어가 암을 정복했다는 변고는 수용될 수 없는 현실이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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