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만 불렸다" 비판에도…당국, 대출긴축 유지[이자장사 논란 재점화③]
"예대금리차 긴밀히 모니터링…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변화 없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 2024.10.20. [email protected]
일각에서는 가계부채를 잡으려다가 은행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지만 금융당국은 고강도 대출관리 기조에 변화를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한 예대금리차 확대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신규 취급 기준 가계대출(정책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평균 0.57%포인트로 전월 0.43%포인트 대비 0.14%포인트 확대된 바 있다.
시중은행의 예때금리차는 5~7월까지 3개월 연속 줄며 저점을 찍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커졌다.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긴축에 나서면서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는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어서다.
떨어지는 예금금리와 오르는 대출금리로 벌어진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이자수익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때문에 대출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로서는 갚아야 할 대출 이자는 늘어나는 반면 은행에 넣어둔 예적금 이자는 줄어 금융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비판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느슨히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관심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지만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대한 변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존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 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아직은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라 주택구매 수요가 재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언제든 증가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현재와 같은 가계대출 긴축 기조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당국이 유지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돼야 통화당국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면서 단기적으로는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가계부채를 완화해야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가능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대출긴축 기조가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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