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뉴Q' 배우에게 네번째 스킬 요구, 19금 꼭두각시 뮤지컬
8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애비뉴Q' 투어 공연에서 개성도 제 각각인 4가지 퍼핏 캐릭터를 소화하는 영국의 뮤지컬배우 니콜러스 던컨(24)은 24일 "연기자로서 따로 퍼핏 기술 훈련을 받은 적이 없어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그래서 보람이 더 컸다"며 즐거워했다.
'북 오브 모르몬'으로 2011년 토니상과 브로드웨이를 휩쓴 '브로드웨이의 악동콤비' 로버트 로페스와 제프 막스의 작품이다. 2003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72회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1969년 방송을 시작한 이래 4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PBS TV 유아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인형인 '퍼핏'들이 크면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력을 뮤지컬로 옮겼다. 배우들이 손을 사용해 움직이는 퍼핏들의 입을 통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은밀한 고민과 인간의 본성을 수면 위로 끌어내 화끈하고 유쾌하게 까발린다.
동성애, 포르노 중독 등 입에 담기 불편한 사회문제들부터 청년실업과 직장생활 문제, 섹스와 사랑에 관한 보편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과 없이 들춰낸 유쾌한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던컨은 주인공 '프린스턴'과 '로드'뿐 아니라 '야동'에 빠진 '트레키 몬스터', 룸메이트에 빌 붙어 사는 '니키'를 맡았다. 19금 발언들이 쏟아지는 이 작품에 대해 그는 "인형을 통해 대신 말하는 것이라 평소 할 수 없는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라며 웃었다. "무대에 설 때마다 인형에 대한 몫도 생각해야 하므로 두렵다"면서 "퍼핏을 다루는 기술이 무대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아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앤더슨은 "스코틀랜드 시골 출신이어서 본래는 케이트에 가깝다"면서도 "내 마음 어딘가에는 루시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두 캐릭터의 노래 소리가 달라서 아주 빨리 효과적으로 잇따라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퍼핏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실제 연기든, 퍼핏 연기든 진실되게 임하려고 하기 때문에 큰 차이점은 없다"면서도 "다만 퍼핏들은 눈동자와 움직임 등에 한계가 있다. 세세한 감정을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퍼핏과 한 마음이 돼 즐겁게 연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퍼핏이 중요한 뮤지컬인 만큼 배우들 못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 프로듀서 폴 그리핀은 "무대 뒤에 퍼핏들을 놓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면서 "에어컨도 있고, 퍼핏들의 의상 등 스타일을 유지하는 전담팀도 붙는다. 뮤지컬 스타들처럼 퍼핏들도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관리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상당수 한국관객들에는 다소 낯선 소재다. "'세서미 스트리트'를 알고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몰라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했다. "세계에 통용되는 현대의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 인생의 의미, 성적 정체성 등 퍼핏이 하는 고민들은 우리 또는 우리의 친구나 형제들 등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일들이다. 퍼핏이라서 고민들을 더 천연덕스레 말할 수 있고,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고 설명했다.
만 15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설앤컴퍼니는 그러나 "섹스, 동성애, 포르노 등의 문제들을 당황스러울만큼 뻔뻔하게 다루고 있어 만 18세 이상 관람"을 권장하고 있다.
해외 배우들이 영어로 연기하고 내용은 번역돼 한국어 자막으로 소개된다. 그리핀은 "한국 번역팀과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단어와 어감을 찾고 있다"고 알렸다. 설 대표의 동생으로 마케팅사 클립서비스의 설도권(42) 대표는 "'애비뉴Q'가 언어적 유희의 비중이 크다 보니 오리지널이 갖고 있는 유머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자막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로컬적으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인터내셔널 가이드에 맞춰 한 두 가지의 아이디어가 첨가되는 정도"라고 밝혔다.
'애비뉴Q'는 또 지난해 한국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킨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를 제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토니상에서 '위키드'을 누르고 최고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그리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며 웃었다. "그러나 위키드 역시 대단한 작품이다. 두 프로덕션 모두 성과가 대단했다. '위키드' 오리지널 공연에서 '글린다' 역을 맡은 크리스틴 체노웨스가 호주 위키드 공연에서 '애비뉴Q'에 대해 이야기했을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작품이다. 왜 '애비뉴Q'가 토니상을 많이 받았는지는 심사위원만이 알 것"이라고 전했다.
설도권 대표는 "'위키드'의 '글린다' 의상 한벌의 가격이 대략 '애비뉴Q'의 퍼핏 제작비와 비슷한 수준이긴 하지만, 실제 돈의 가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창의성 문제이므로 가격 면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퍼핏을 한국의 인형이라는 단어로 한정짓기에는 다른 특징이 있어 우선 퍼핏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키드'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한 설도윤 대표는 2001년 '애비뉴Q'의 공동 프로듀서인 케빈 매컬럼과 제프리 셀러와 뮤지컬 '라 보엠'을 통해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당시 매컬럼과 셀러는 퍼핏을 들고 설 대표에게 '애비뉴Q'를 자랑했고, 그 때부터 이 작품에 관심을 쏟게 됐다. "그 때 프로듀서로 참여를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흥행적인 것뿐 아니라 작품적으로도 혁신적이고 획기적이었다. 이번이 국내에 소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투어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앤더슨은 "한국에서 이미 공연한 뮤지컬배우 친구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한국관객들이 열정적이라는 소문을 전해들었다"면서 "이번에는 어떤 열정적인 반응이 나올지, 무대에 서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애비뉴Q'는 8월23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볼 수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CJ E&M, 설앤컴퍼니, GWB엔터테인먼트가 뭉쳤다. 5만~13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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