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기각]삼성 운명 가른 법원 판단…'숨가빴던 하루'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삼성그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숨을 돌렸다.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구속수사'라는 초유의 사태를 면한 것이다.
19일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에서 삼성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특검팀의 매서운 칼날이 무뎌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번 수사에서 삼성이라는 존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나머지 기업들을 순조롭게 조사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을 제외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특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거침없이 달려왔던 특검이 수사 속도를 어떤 형태로든 조절할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 입장에서는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오너 구속'이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는 숨가쁜 시간이었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최근까지 여러 번 검찰수사에 휘말렸지만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부터 단 한 번도 오너 구속이라는 사태를 맞은 적이 없었다.
위기가 현실화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일부터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오전 9시28분께 참고인 신분이 아닌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로 소환돼 22시간동안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전무 시절이던 2008년 2월28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9년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이다.
이튿날 오전 7시51분께 조사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변호인들과 조사 내용 등을 점검하기 위해 곧바로 서초사옥으로 이동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대외 부서들은 전날부터 현장에서 대기했고, 이 부회장이 자리를 떠난 후에는 서초사옥으로 돌아가 현안을 챙겼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15일까지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발표를 하루 뒤로 미루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검은 16일 오후 1시28분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이었다. 뇌물공여 액수는 430억원에 달했다.
이후 삼성은 비장한 각오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 측에서는 내부 법조팀과 법무법인 태평양의 문강배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가 나섰다.
삼성그룹의 사내 법무팀은 관계사 인력들까지 포함하면 300여명 규모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고용하는 로펌은 매 사안마다 다르지만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내외부 인원을 동원해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9시30분께 대치동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출석했다. 이후 특검팀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해 오전 10시30분부터 4시간에 걸친 심문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떠났다.
당초 이 부회장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이 대기 장소로 서울구치소를 선정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이날 이 부회장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이후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이 않으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하지만 법원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남겨두고 있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재계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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