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히잡 벗어 던진 여인, 이란 반정부 시위 상징으로
【서울=뉴시스】하얀색 히잡(이슬람 여성들의 두건)을 벗어 장대에 건채 거리에 있는 여성의 사진이 이란 반정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BBC방송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 BBC, 인스타그램 캡처> 2018.1.4.
3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 여성의 사진을 토대로 제작된 그래픽이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 사이 저항의 상징으로 공유되고 있다.
사진은 이번 시위 기간에 촬영된 게 아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 여성은 지난 해 12월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거리 시위를 했다. 여성의 복장을 엄격히 규제하는 이슬람 율법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여성의 사진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란인 기자 마시흐 알리네자드에 의해 빛을 봤다. 알리네자드는 12월 28일부터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이 사진을 온라인상에 게재했다.
이란 여성 인권 운동가이기도 한 알리네자드는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 '화이트 웬스데이'(White Wednesdays) 등 온라인상의 여성 운동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 운동들은 이란 여성들에게 공공 장소에서 히잡을 벗고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촉구하고 있다. 또 이슬람 율법에 저항하는 의미로 수요일마다 하얀 옷을 입자고 했다.
이란은 엄격한 신정 국가지만 2013년 온건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사회경제 개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슬람 율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개혁이 불충분하며 성직자들이 지나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식지 않고 있다.
사진 속 여인은 '이란의 로자 파크스'(미국의 저명한 여성 흑인 인권운동가)로 불리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히잡 의무 착용을 거역하고 서 있는 여성이 이란 여성들의 저항과 시민 불복종의 상징이 됐다"고 썼다.
이란에서는 2009년 부정선거 규탄을 위한 '녹색 운동' 때도 27세 여성 네다 아가 솔탄이 시위의 상징이 됐다. 솔탄은 시위에 참가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시위대는 '내가 네다다'라는 구호로 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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