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400명 모여 "安 무죄면 사법부 유죄"
"사법부, 달라질 기회 스스로 걷어차"
지나가던 시민들, 손뼉치며 응원도
"다 뒤집어엎어라" 비난하는 시민도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14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행동주의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이 '안희정 무죄 선고한 사법부 유죄' 문화제를 개최했다. 2018.08.14. [email protected]
행동주의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서부지법 앞에서 안 전 지사의 무죄 선고에 항의하는 문화제를 개최했다. 선고가 나온 지 2시간여가 지난 오후 1시30분께 갑자기 공지된 일정이었지만 4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가해자 좋으라고 만든 법이 아닐 텐데?'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사법정의는 죽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안희정이 무죄라면 사법부는 유죄다"라고 외쳤다.
아울러 선고 직후 안 전 지사가 기자들과 만나 "다시 태어나겠다"고 발언한 점을 거론하며 "범죄자는 감옥에서 다시 태어나라"고 규탄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표방하며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녹색당의 신지예 전 후보는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이란 (명시적) 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권력자는 눈짓, 헛기침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희정은 차기 대선 주자이자 도지사였지만 피해자는 그에게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여기에서 어떻게 권력관계가 작동하지 않느냐"며 "이 권력관계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판사들이 너무나 끔찍하다. 현재 국가가 피해자 옆에 서 있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을 방청했다는 마포구 주민 이모씨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업무상 위력을 협소하게만 해석한 재판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끝까지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오도록 연대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재판부가 현행법 한계를 지적하면서 입법부 탓을 했다"며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도록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주문을 읽기에 앞서 현행 입법체계에선 김지은(33)씨가 소극적인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안 전 지사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입법의 미비함을 지적한 바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사법부는 위력의 미세한 행사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며 "성폭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사법부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부소장은 "사법부 안에서, 법조계 안에서 내부 비판 목소리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며 "이것이 수많은 피해자들이 만들어온 변화와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를 향한 이 같은 지지 발언이 이어지자 지나가던 시민 몇몇은 손뼉을 치며 응원했다. 지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발언 장면을 중계하는 시민도 있었다. 반면 한 중년 남성은 "다 뒤집어엎든가 하라"며 참여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오전 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 대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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