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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방탄소년단을 병역혜택 논란과 엮지 마세요"···팬덤 반발

등록 2018.09.05 11: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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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불을 붙인 병역특례 시비가 '빌보드200' 2관왕 '방탄소년단'을 끌어들였다. 가요계에서도 찬반의견이 맞서고 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낸 대중문화 종사자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 공정한 기준 없이 현 성과만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견해로 갈린다.
 
대중문화 종사자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이들은 음악과 무용 콩쿠르 등 순수예술 분야 입상자만 인정하고, 방탄소년단 등 대중문화인이 혜택에서 제외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4일 바른미래당 제17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순수예술 쪽은 병역 혜택을 주고, 대중예술 쪽은 주지 않는다"면서 "예를 들어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은 혜택을 주고 B보이는 주지 않는다. 하지만 B보이가 한류확산에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클래식과 전통음악은 병역혜택을 주는데, 대중음악과 퓨전국악은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류스타들이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국위 선양에 더 많이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빌보드200 1위는 문화체육계를 통틀어 최고의 성과"라면서 "월드컵 16강과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보다 세계적으로 더 관심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순수예술 쪽은 콩쿠르를 통해 면제가 되는데 더 대중적으로 평가 받는 대중문화에서는 그런 통로가 없다"면서 "병역 혜택 여부를 놓고 대중문화의 카테고리에 대해 너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아쉬워했다.

연극계와 체육계에 병역혜택을 주면서 영화계와 게임계에는 주지 않는다고 짚은 하 의원의 주장도 맥락이 비슷하다. 그는 "산업과 다 연관이 있는 것이고, 산업적 효과는 병역혜택을 받지 않는 것이 훨씬 크고 국위선양 효과도 훨씬 크다"면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꿈을 자극하는 것도 훨씬 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병역 혜택에서 다 빠져있다"고 짚었다.

 형평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기준을 어떻게 세울 지가 문제다. 빌보드와 유튜브는 세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인기 척도를 반영하지만, 한국 정부와 세계를 통합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공적인 것을 인증한 플랫폼은 아니다. 

한류스타 병역 혜택을 주장하는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기준이 없으니까 이제부터 기준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빌보드 1위는 세계 팬덤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세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음악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탈 경우 등으로 명시하면 되지 않은가"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직까지는 대중문화계 내부에서도 신중한 목소리가 더 크다. 특히 한류스타들이 대거 포함된 가요계는 조심스런 처지다. 병역 혜택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만 공정성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논의 자체가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초점]"방탄소년단을 병역혜택 논란과 엮지 마세요"···팬덤 반발

병역 혜택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가요계 관계자는 "빌보드 같은 차트가 세계적인 팬덤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그 역시 미국 내 특정 팬덤만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해당 차트가 권위가 있다고 해도 국가에서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수들이 체육계나 순수예술 종사자에 비해 입대를 해도 덜 피해를 본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인기 가수들은 저작권 등의 수입이 있어 경력 단절이 있더라도 수입적인 측면에서는 덜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대중문화에서 병역혜택을 위한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그것조차가 모호하다"면서 "해외에서 인기가 많고 없고 그것에 따른 국위선양을 어떻게 수치화할 것이냐. 한국에서 인지도가 없는 그룹만 해도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는데 그것 역시 국위선양이라는 것으로 쟁점화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빌보드는 팝계에서 대단한 차트지만 미국 내 순위일 뿐 글로벌 인기의 척도가 아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 병역특례 혜택에 대한 이견은 또 있다. "국가를 대표해 국가 대항전에 출전한 체육계 종사자와 사기업에서 개인의 꿈과 인기를 위해 일을 시작한 연예인의 활동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12월31일 기준으로 대체복무자 2만8286명 중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등을 제외하고 체육·예술을 통한 병역 특례 복무자는 131명이다. 전체 대체복무자의 0.5% 안팎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최근의 논쟁은 대중에 잘 알려진 유명인들이 포함된 분야여서 관심이 과도하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방탄소년단 본인들과 소속사 누구도 병역 혜택과 관련해 언급조차 한 적이 없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도 방탄소년단이 언급된 기사마다 "괜히 BTS를 예시로 들어서 논란을 일부러 만들지 마라"고 입을 모으며 말릴 정도다. 한국에서 병역 문제가 뜨거운 감자인만큼 이슈거리로 엮지 말라는 얘기다.

문화 체육 분야 병역특례제는 1973년 제정됐다. 정부가 선심 쓰는 제도라는 인식이 컸다. 2002 한일월드컵,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예외적 병역특례 등을 허용해 이미 신뢰가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뜨겁게 부상한 '병역혜택 여부' 논란도 한때 소나기로 여기는 가요계 관계자들도 있다.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정말 특별한 경우라 논쟁이 나온 것이다. 해당 이슈와 거리가 먼 대다수 관계자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격"이라고 했다. 또 "관련법이 검토된다고 해도 제정되고 발효되는 시간이 워낙 걸려서 활동 타이밍이 생명이자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류 아이돌이 제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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