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커터칼로 찌르는 흉내"…우리 회사도 '양진호' 있다
"회식 자리서 소주병 쥐어 잡고 가격하려"
"바깥 다 보이는 유리창 부스서 목을 졸라"
"능력이 안 되면 몸빵이라도 해야지 XX"
업무와 관계없는 지시 등…거절하면 폭언
현행법상 사용자의 폭행만 처벌 가능해
엽기 갑질 근절 '양진호 금지법' 통과돼야
【서울=뉴시스】 국내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2016년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석궁과 일본도를 이용해 닭을 죽이라고 강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 회장의 관련 영상 캡처. 2018.10.31(사진=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제공)
직장갑질119는 4일 '양진호 금지법(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국회 통과 촉구 성명을 내고 지난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들어온 이메일 제보를 공개했다. 기간 내 이메일 제보에서 신원이 확인되는 경우는 총 225건으로 집계됐다.
직장갑질119는 "이메일 제보 중 폭행과 악질 폭언, 황당한 잡무 지시에 해당하는 '양진호 갑질'은 23건이었다. 존중해야 할 회사 직원을 하인으로 여겨 폭행이나 폭언, 엽기 갑질을 일삼는 '우리 회사 양진호'는 곳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공개된 제보 중에는 다음과 같은 갖가지 갑질 사례가 담겨있었다.
▲영업직에서 일하고 있다. 실적에 관해 상사가 인격 모독과 협박을 일삼는다. 실적이 나쁘면 전화해 "능력도 안 되는 게 능력 있는 척 하지 말아라. 능력 안 되면 몸빵이라도 해야지 XX" "아 XX, 대가리 안 쓰냐? 내가 입에 걸레를 물어야 돌아가냐?" "미친 X" "너네들 어차피 갈 데 없잖아" 등
▲1박2일 동안 연수를 다녀왔는데, 연수 전 부터 전직원에게 이사장에게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편지쓰기를 시켰다. 편지는 명단으로 관리하며 누가 썼는지, 쓰지 않았는지까지 관리했다. 새벽까지 일정을 진행하고는 새벽 6시에 운동회를 한다며 아파도 나와야한다고 강제로 불러냈다.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부당 해고를 당했다. 또 월급 10만원 인상 대신 미용 용품을 일정 금액만큼 받기로 했는데, 그 물건도 다 두고 나가라고 했다. 항의하니 "어차피 내 가게인데 들고나가면 절도죄로 신고할 것"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업무 중 벗어놓은 재킷에서 상사가 생리대를 꺼내 흔들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또 점심 회식을 할 때마다 "○○(제보자)는 빼고 가"라고 얘기해 이유를 묻자 "넌 먹을 자격 없다" "넌 밥값을 못한다"라고 답했다. 이같은 발언이 모욕적이라고 항의하자 "너 기분 나쁘라고 일부러 하는 얘기"라고 했다.
▲주유소에서 5개월간 일했는데 사업주 개인 텃밭에서 막노동을 시켰고, 쉬는 날에도 전화해서 일을 나오라고 했다. 거절하면 화내고 폭언하고 욕했다. 사업주와 친인척인 손님에게 얼굴을 맞았는데 업무적으로 괴롭히면서 합의를 종용했고, 경찰에 신고한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을 겪고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진료 상담을 받아 처방 약을 지속해서 복용 중이다.
【서울=뉴시스】 국내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위디스크'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 회장의 폭행 동영상 캡처. 2018.10.31.(사진=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제공) [email protected]
이어 "현행 근로기준법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상사의 갑질을 처벌하지 않는다. 물컵 폭행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씨가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현실"이라며 "국회 법사위는 '양진호 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하며,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한다면 직장인들이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초 국회에서는 조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산안법 등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이 법은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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