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자기관리 제대로 못하는 뚱뚱한 남녀 아니었건만···
국립민속박물관 '행복(福)한 돼지' 특별전
'행복한 돼지'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와 체험공간에서 조각상, 불화, 제기(祭器), 저금통 등 다양한 모습으로 행운을 가져다 준다. 3월1일까지 계속되는 특별전 '행복한 돼지'는 신성과 세속을 넘나들면서 돼지를 재조명한다.
'해신 비갈라대장'(亥神 毗羯羅大將)을 비롯해 저팔계를 표현한 '잡상', 십이지신 돼지를 그린 불화 '십이지번', 제기 '시정'(豕鼎), 저금통 '돼지저금통' 등 유물, 사진, 영상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돼지는 12지신 중 열두 번째다. 방향은 북서북, 시간으로는 21~23시를 상징한다. 오행으로는 물(水)에 해당한다. 잡귀를 몰아내는 신장(神將)이면서 인간과 가까운 친구다.
"아무렇지도 않게 외모를 폄하할 정도로 세상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것이 아닐까 두렵다"며 "한번쯤 우리의 일그러진 어두운 그림자를 되돌아 봤으면 한다. 이 특별전을 통해 마음이 건강한 아름다운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현대사회 생활문화와 관련된 돼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속에 나타난 돼지의 상징과 의미를 다시 조명하는 주제들로 구성했다.
'1부 지켜 주다-인간의 수호신'에서는 원시사회로부터 두려운 존재였던 멧돼지가 무당을 통해 '악의 화신'에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유기'에 나오는 인격화된 '악신'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하여 궁궐의 잡상에 등장하는 선한 수호신이 된다.
약사여래신앙과 관련, 해신 비갈라대장은 가난해 옷이 없는 이에게 옷을 전하는 선신이다. 해신 비갈라대장을 비롯해 12방위 중 북서쪽에 결려 있는 불화 '십이지번 돼지', 김유신 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호석 중 돼지신의 형상을 찍은 '십이지신상 탁본', 사찰에서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저팔계 잡상' 등 유물을 통해 지킴이로서의 신성한 돼지를 엿볼 수 있다.
돼지는 '삼국지'의 '부여' 조에 등장하는 '저가(猪加)'를 비롯해 돗통시 변소의 제주도 방언 등 삶 곳곳에 등장한다. 삶은 돼지고기는 '삼해주(三亥酒)' 등 술과 함께 인간에게 행복을 선사한다.삼해주는 정월 첫해인 해시에 술을 담고 둘째 돼지날과 셋째 돼지날에 덧술을 빚었다가 버들가지가 나올 때 익는다고 해서 '유서주(柳絮酒)'라고도 한다.
'포켓 공간'에는 제주도 돗통시를 재현했다. 오늘날 전라도 남원, 제주도, 일본 오키나와, 중국 산둥성에 친환경적 돼지 변소인 돗통시가 있다. 가옥 아래 1층 화장실에 돼지를 기르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돼지가 독사를 잡아 먹으며 민속적으로는 돼지똥이 역신(疫神)을 쫓는 축귀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서는 열두 띠 동물의 운동회 마지막 종목인 마라톤이 펼쳐진다. 갑자기 내린 비에 홀딱 젖어 꼴등으로 도착한 돼지가 모두의 응원을 받고 완주한다.
새해 소망을 적어 가져갈 수 있는 연하장 만들기, 포토존에 마련된 돼지 사진 찍기 등 체험행사도 준비돼 있다. 무료. 1월1일과 설(2월5일)에는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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