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노량진 수산시장…"장사가 되겠어요" 우울한 설
철거 기다리는 노량진 구 수산시장 설 풍경
약한 조명 사이 어둠과 상인들 침묵만 가득
"시장이 반으로 갈라져 썰렁하고 장사 안돼"
"작년 10분의 1 판매…설날 후 다시 싸워야"
손님도 왔다가 "유령 나오겠다" 발길 돌려
신시장 옮긴 상인들도 지켜보며 아쉬워 해
【서울=뉴시스】문광호 수습기자 = 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구 수산시장 풍경. 설 대목을 맞았지만 오가는 손님이 많지는 않은 모습이다.
지난 2일 오후께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안. 실내는 손님들 발걸음이 이어지는 활기 대신 부족한 조명 사이로 스며든 어둠과 상인들의 침묵만이 가득했다. 간혹 손님들이 얼굴을 비추면 상인들이 호객 행위를 이어갔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고등어를 파는 김모(79)씨는 "전반적으로 썰렁하고 장사가 잘 안된다. 지금 상황에서 잘 되겠냐"며 "구시장과 신시장이 갈라졌고, 물과 전기는 다 끊겼다. 발전기 소음은 시끄럽고 입구도 다 막혔다"고 말했다.
구시장 상인 강모(53)씨도 "(판매 수치가) 작년하고 비교하면 10분의 1 정도다. 오늘부터 수협에서 중매인들에게 구시장에 물건 공급 못하게 성과금으로 압박했다"며 "상황이 많이 안 좋다. 설날이 지난 후에는 다시 매일 싸워야 한다"고 한탄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느끼는 건 시장에 방문한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구시장에 들렀다가 어두운 분위기에 놀라 신시장으로 이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신시장이 들어가기 불편하다며 구시장에 머물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손자를 품에 안고 가족들과 방문한 배대동(63)씨는 "설 연휴를 맞이해 가족들과 식사하러 노량진 수산시장을 오늘 처음 와봤는데, 구시장 쪽은 데모 중인 것 같기도 하고 꼭 유령이 나올 것 같다"며 "신시장이 전체적으로 분위기나 시설이 괜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10년 넘게 노량진 수산시장을 다녔다는 이모(81)씨는 "구시장이 역이랑 가깝기도 하고 길이 편하다. 신시장은 멀다"며 "상인들이 신시장으로 안 가고 구시장에서 팔면 좋을텐데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문광호 수습기자 = 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신시장의 모습. 상대적으로 손님들 맞이에 분주하다.
신시장 상인 김모(65)씨는 "작년하고 비교하면 매출의 반도 안된다. 신시장 시설은 좋지만 자리는 좁다"며 "구시장 상인들이 (신시장으로) 오면 손님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어를 판매하는 신시장 상인 장모(44)씨는 "노량진 구시장에는 11년 있었고 신시장에 온지는 4년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작년보다 매출이 괜찮다"며 "냉난방과 화장실이 잘 돼 있어서 시설은 만족스럽지만, 세가 너무 비싸고 공간이 좁아 장사하기 힘들어 구시장 상인들이 안 들어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수협은 2007년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으며, 구시장에 대해 4차례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수협은 "2009년 상인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모든 사항에 합의했는데도 일부 상인들이 일방적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5일 구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처를 내렸다.
상인들은 신시장 건물 통로가 좁고 임대료가 비싸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 연휴가 지나면 구시장에 대한 철거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인들과 수협 간의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윤헌주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수협이 철거 신고를 계속하고 있지만 동작구청 허가가 아직 안 나와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며 "2월 중에 국회 토론회가 열릴 것으로 보이며 수협중앙회 앞에서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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