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 와해' 재판은 게걸음…석방 허가는 일사천리
구속 피고인 4명, 보석 허가 받고 모두 석방
"구속기간 만료 임박했는데 본안 심리 안 돼"
지난해 6월 이후 더딘 진행…32명은 대기 중
준비기일만 10차례, 증인신문은 시작도 못해
법원 정기인사 이후인 다음달 5일 본격 심리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변경되는 점을 고려한 일정이지만 구속 사건이 이렇게 속도감 없이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되는 증인수만 70여명으로 본격적인 증인신문은 아직 이뤄지지도 않았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관련 재판이 공전하는 사이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장균(55)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는 지난 1일 보석 허가를 받고 석방됐다. 이로써 목 전 전무 포함 구속 피고인 4명은 구속 만기를 앞두고 전부 다 풀려났다.
앞서 지난해 11월 최모 삼성전자서비스 전무가 보석 석방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전자 자문위원 출신 노무사 송모씨 보석 역시 인용된 바 있다. 아울러 전직 경찰 정보관 김모씨의 보석 청구도 지난달 18일 받아들여졌다.
검찰 역시 목 전 전무에 대한 보석 심문에서 "이 사건 범죄는 매우 중대하며 목 전 전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며 "이미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이 이뤄졌으며, 향후 증인으로 출석할 삼성전자 임직원과 입을 맞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공판준비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순서를 정하는 등 최소한의 준비만 끝나면 바로 공판기일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어쩔수 없이 2~3차례 준비절차가 진행되면 모를까 원래 공판준비기일은 한 차례로 그쳐야 하는게 맞다"며 "불구속이 원칙이라면 그 이전에는 불법 구금이었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동사건을 시급성을 다투는 형사사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노동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한 변호사는 "재판이 길어지다보니 피고인을 풀어줄 수는 있지만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 받고 있던 사건에서 불구속 원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조 사건이라고 특별히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기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이 꾸려지고 신속대응팀도 설치,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의 지연·불응 ▲채무 등 재산관계·임신 여부 등 조합원 사찰 등을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노조 파괴 전문 노무컨설팅 업체, 정보경찰뿐만 아니라 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의 부친을 불법행위에 동원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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