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 "영국 법위반 및 미국 당국 요청으로 어산지 체포"
11일 에콰도르 런던 대사관에서 체포된 어산지 차량이 범죄인부 절차를 위해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도착하자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 AP
어산지 체포 2시간 후 런던 경찰은 어산지의 억류를 확인하면서 영국 법 위반과 함께 미국 사법 당국의 요청에 의해 체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에콰도르의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국가 주권' 결정으로 어산지의 망명자 지위를 박탈한 직후 에콰도르 영국주재 대사의 요청에 의해 런던 경찰이 대사관에 들어와 어산지를 끌어냈다.
체포 당시 비디오에서 어산지(47)는 머리와 턱수염이 모두 하얗게 쇠었으며 허약한 상태로 보였으나 일곱 명의 경찰에 붙잡혀 나가면서도 반항하는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날 런던 경찰이 에콰도르 측 요청 외에 어산지 체포로 제시한 법적 근거는 2012년 런던 법원이 발부한 보석 중지 재수감 체포장이다. 어산지는 2010년 여름 스웨덴 여행 직후 런던 체류 중 스웨덴 여성 2명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를 받아 인터폴 체포장이 발부됐고 이에 어산지는 체포돼 수감되었다.
어산지는 얼마 후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갑자기 런던 법원이 보석 중지명령을 내리고 경찰이 체포하러 오자 어산지는 2012년 7월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도주, 망명 신청해 허락을 받고 지금까지 대사관 한쪽에서 살아왔다.
에콰도르 정부가 돌연 어산지를 버린 이유에 대해 로이터는 어산지가 최근 모레노 대통령의 사적인 생활을 폭로한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날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 체포 후 영국 정부에 어산지를 고문이나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나라로 송환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어 이를 허용 받았다고 트윗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가 여러 나라의 내정에 개입하는 등 망명자 관련 국제협약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고 말했다. 본래 2012년 어산지의 망명을 허락한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좌파 성향이 농후했다. 코레아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모레노는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이후 어산지와 에콰도르 정부 간에 갈등이 많다는 말이 나돌았다.
특히 바로 전날 위키리크스는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의 대사관 은신 생활을 비밀 도청, 녹화하는 등 스파이짓을 했다고 비난했고 인터넷 접근은 물론 햇빛도 차단시켜 건강이 심히 약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어산지 체포 직후 위키리크스는 영국과 미국이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위해 사전 모의했다고 비난했다.
런던 경찰은 어산지의 망명 후 어산지를 체포하기 위해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 경찰관을 2년 동안 계속 배치하다 철수했다.
스웨덴 검찰은 2010년 인터폴 체포장 발부에 이어 어산지 망명 후 직접 에콰도르 대사관을 찾아와 어산지와 면담했으나 2017년 신병인수 불가능을 이유로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스웨덴의 강간죄 공소시효는 10년이며 이에따라 어산지에 대한 체포 및기소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
호주 출신의 어산지가 런던 체류 중 범죄 의혹으로 스웨덴 송환을 두려워해 망명한 이유는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범죄인도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2010년 미국 외교 기밀전문의 대규모 폭로로 자신이 미국 사법 당국으로부터 수배당한 것으로 믿고 있다. 미국은 수배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어산지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해킹당한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해킹을 해외 조직에 촉구했고 얼마 후 7월 이 이메일 일부가 위키리크스에 폭로되었다. 러시아 기관이 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위키리크스는 대선 직전 10월 나머지 내용을 폭로했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