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5년]②세월호 진실추적자 3인…"은폐와 싸운다
'추적' 3인에게 물은 진상규명 현주소와 과제
"DVR 의혹, 바뀔 수 없는 사실…의혹 참 많아"
"한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참사 되풀이 안돼"
"안전이 사회의 기본가치 돼야…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약속은 뒷전…선원에만 책임 물어"
"안전책임자 제재 규정 없어…경영진은 경시"
【서울=뉴시스】세월호 5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한 진실규명 추적자 3인의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박병우 세월호참사 특별조사국장,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 김용준 변호사.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온지 한참이지만 세월호참사를 둘러싼 질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5년간 진실규명 작업을 위해 달려온 이들은 세월호는 왜 침몰했고, 탑승객 476명은 왜 모두 구출되지 못했으며, 책임있는 정부는 왜 질문에 답을 주는 대신 방해했는지 끊임없이 묻고있다.
답은 요원하다. 그래서 이들의 질문도 멈추지 않는다.
뉴시스는 세월호 발생 5년간 진실규명이란 목표아래 달려온 3인을 만나 진상규명 작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숙제를 직접 들어봤다.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 "여전히 합리적 의혹 투성이"
세월호참사 5주기를 3주여 앞둔 지난달 28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참사 주요 증거물로 제출된 폐쇄회로(CC)TV 저장장치(DVR)가 조작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해군의 수거 작업 영상 속 DVR 장치와 검찰에 제출된 DVR 장치가 손잡이 등 부분이 다르다며 이같은 결론을 냈다. 이는 수거 당시 가짜 DVR을 동원했으며, 진짜 DVR이 사전에 임의 조작됐을 가능성으로 의미했다.
특조위 발표를 주도했던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처음에는 우리도 영상 속 DVR이 제출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며 "그 때부터 밤낮 없이 검증 작업에 들어갔고, 치열한 내부 검증과 외부 검증을 거쳐 발표하게됐다"고 돌아봤다.
이같은 의혹에 대한 특조위의 입장은 확신에 가깝다. 박 국장은 "언론에서는 DVR 관련 발표를 의혹으로 표현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엄청난 검증과정을 거친 만큼 바뀔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고 후 두 달 뒤에나 진행된 DVR 수거작업은 세월호를 둘러싼 수많은 합리적 의문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의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박 국장은 "당국의 논리는 유가족들이 시신수습을 우선해달라 요청해 DVR 수거는 뒷전이었다는 것이었지만 말이 안 된다"며 "시신 수습을 위해서라도 선내 CCTV는 우선적으로 확인해야하는 대상이었다. 상식적인 논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이런 합리적 의혹이 세월호 참사에는 참으로 많다. 5년이나 지났지만 진실이 규명됐다고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사안이 별로 없다"며 "중간중간 언론이나 검찰을 통해 단편적 사실이 드러나지만 총체적 진실은 아니다. 왜 참사가 별어졌고, 왜 승객들을 구하지 않았으며, 왜 조사를 방해했는지 등의 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출범한 2기 특조위는 14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 과제들을 모두 풀어낸다면 세월호참사에 대한 총체적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박 국장은 "이제 자료 조사를 겨우 마쳤다. 조사관들이 봐야하는 양이 거의 100TB인데 문서로 200만장에 달한다"며 "각 조사과제 맞춰 재구성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입수해야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또 "1기 특조위에 비해 특별한 방해는 상대적으로 없으나 여전히 수동적 자세들이 있다"며 "참사의 진상과 관련해 문제있는 행위를 했던 이들은 아직 남아있고, 우리 조사가 접근될 때면 어떤식으로든 보이지 않는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19.04.13. [email protected]
박 국장은 "사회적으로 참사라 규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국가가 그 원인을 한 점 의혹 없도록 밝혀야 한다. 진상이 규명되면 피해자 가족들은 그것 만으로도 절반은 치유될 수 있다. 또한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야 후대에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않는 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 "책임자 처벌돼야 우리사회 이정표 세워진다"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답을 찾는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이제 세월호 이야기를 그만하자는 이들도 있다. 일부는 유가족들이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 진실을 내세운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은 이같은 논리에 "유가족 입장에서는 무엇을 하든 간에 자식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한 마디로 이해관계가 상실된 분들로, 어떤 보상이 된다 한들 이해가 생길 수 없다"며 "그분들이 5년이나 버틴 이유나 국민들이 함께 해준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달 초 고성·속초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야기를 꺼냈다. "전국에서 출발한 소방차가 행렬을 이뤘고, 불이 난 지 얼마 안돼서 진화됐잖아요.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무척 안심이 됐데요. 소방차 행렬을 보면서 우릴 살려주는 사람이 오는구나 했답니다. 그게 국민들이 바라던 것이었죠."
세월호 참사는 이같은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배 처장은 "세월호는 8시48분에 사고가났고, 10시시28분까지 구조조치가 가능했다. 100분 동안이나. 100분 동안에 국가가 탑승객들에게 했던 말은 '가만히 있어라'였다"며 "갑판 위에 있던 친구들까지 들어오라고 했고, 이 친구들은 무고하게 수장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속초와 고성에서는 대통령과 국무 총리가 특별한 지시를 내렸지만, 그런 지시가 없어도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대처될 수 있어야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가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그에게 진실규명 작업이란 가려지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책임을 명백히 밝히는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가 판단하는 진실규명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배 처장은 "304명이 죽은 사실은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채로 지금 5년째 왔다. 책임지는 사회가 만들어지려면, 적어도 그때 100분간 대기지시만 유지했던 책임자들은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징계든 벌금이든, 징역이든 그건 사법부가 판단할 영역이고 적어도 처벌은 돼야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이정표가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말들이 공허하지 않도록 올해 안에 대기지시를 내렸던 사람들을 처벌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용준 변호사 "구조적 문제에 눈감은 현재, 올바른가요"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세월호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기억공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19.04.15. [email protected]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원회에 참여한 김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저를 포함한 어른들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세월호 아이들과의 약속했다"며 "그런데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뒷전이 된 것 같고, 진실규명과 관련해 국민들이 갈등하며 피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법 제도 자체가 윗선의 감독 등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손을 대고 이뤄져야 하는데 모든 책임을 선장, 선원들에게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법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지닌 경영진에게는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고용된 근로자인 선장과 선원들에게만 무거운 형사처벌로 일관하는 법체계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청해진해운이 세월호의 불감항 상태(선박이 안전하지 못한 상태)를 몰라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선박소유자가 수차례 신고를 받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하면서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선장이 지속적으로 선박안전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자 안전관리책임자는 해고위협을 하며 선박을 지속적으로 운항할 것으로 지시했고, 그러다가 참사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처럼 불합리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선박 안전에 관한 책임관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은 물론 안전관리책임자도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김 변호사는 "안전관리책임자는 선박 전반적 안전관리체제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제도에는 역할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고 제재 규정도 없다"며 "해양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관리책임자는 수사진행시 묵비권을 행사하며 고용주인 경영진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고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불법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전가를 하기 쉬운 시스템 아래에서 선박안전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자가 개인적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세월호 참사 때처럼 경영진은 '법적 방탄복'을 입은 안전관리책임자 뒤에서 국민생명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선박안전의 시정조치나 비상훈련을 묵살하기 쉬운 구조"라고 비판했다.
선박안전 감독기관의 관리 부실 문제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그는 "한국선급 같은 경우 세월호 이후 굉장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약 99%를 합격시키고 있다"며 "청해진해운이 선박안전을 감독하는 기관들에게 로비활동을 하여 선박안전 부실에 대해 눈감도록 한 것도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물었다. "선장과 선원들에게 무기징역을 때린다고 해서 고쳐지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눈을 감고 있습니다. 과연 이 것이 올바른 상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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