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EU 말스트롬 "韓, 6월까지 ILO 비준시 노동권 현대화 노력 상징"
말스트롬, 뉴시스와 이메일 인터뷰서 밝혀
"평판 손상 등도 과소평가 되어선 안된다"
"韓 국회에 여름 말까지 통과하도록 요구"
"전문가패널 소집 시기 정치적 판단 문제"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집행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4.09. [email protected]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지난 18일 진행한 뉴시스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2019년 6월은 ILO가 창립된 지 100년이 된다. 한국은 ILO의 회원국이며 또한 모든 ILO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국제적인 약속에 구속돼 있다(June 2019 will be the ILO's 100th anniversary. Korea is a member of ILO and is also bound by its international commitments under ILO to ratify all the ILO Conventions)"며 이 같이 밝혔다.
ILO는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6월 10~21일) 기조연설자로 문재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말스트롬 집행위원의 발언은 오는 6월 ILO 창립 100주년 총회 전까지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게 노동권 신장에 상징적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ILO는 각국과 맺은 189가지 협약 가운데 8가지를 '핵심 협약'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중 차별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4개 항목만 비준하고, 결사의 자유와 강제 노동에 관련된 4개 항목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EU 집행위는 몇가지 한국 정부의 노력을 인정했지만 ILO 협약 비준을 허용하기 위한 노동법을 개정하는데 필요한 절차에 관해선 몇가지 의문이 남아 있다(The EU Commission recognized some efforts have been made by the Korean government but some questions remain regarding the procedure needed to amend labour laws to allow ratification of the ILO Conventions)"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관련 법안이 (올) 여름 말까지 국회를 통과하도록 요구했다(Commissioner met the Chairman of the Environment. Commissioner pushed for the legislation to be passed through the National Assembly by the end of the summer)"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문가패널 소집 시기와 관련해서는 "위원회의 정치적 판단의 문제(this is the matter of political judgment by the Commission)"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럽의회 선거(5월 23~26일) 이후 전문가 패널을 소집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다시 말하지만 이 문제는 위원회의 정치적 판단의 문제"라며 "전문가 패널을 요청하기로 한 위원회의 결정은 여전히 고려중이며 공표되기 전에 EU 내부 절차에 따라야 할 것(First of all the decision by the Commission to ask for a Panel of experts is still under consideration and in any case it will have to follow our EU internal process before being publicly announced)"이라고 밝혔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김학용 국회 환노위원장이 지난 16일 '우리사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은 ILO 하에서 모든 ILO 협약을 비준해야 하는 국제적 약속의 의무가 있다. 이 약속은 FTA(자유무역협정)에 의해 강화된다(Korea is obliged by its international commitments under ILO to ratify all the ILO Conventions. This commitment is reinforced by the FTA)"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이러한 약속을 계속 무시한다면 국제적 명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So Korea should consider the on going impact on its international reputation if it continues to ignore these commitments)"고 강조했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을 비롯해 EU는 김학용 환노위원장의 최근 ILO 비준 관련 발언 등 우리 국회 동향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EU에서는 FTA(가 요구하고 있는) 노동 (관련) 약속에 대한 한국의 준수 (내용에) 크게 주목해왔다(Korea’s compliance with the FTA labour commitments has been subject to high attention in the EU)"며 "유럽의회는 EU와 한국간 FTA 조항 이행에 관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준수 사항을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강조했다(the European Parliament has emphasized it as an unresolved issue in its report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EU-Korea FTA)"고 밝혔다.
그는 또 "무역관계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상호작용(Trade relation is not a one-off but rather a continuous interaction)"이라며 "독립적인 패널의 중요한 보고서가 발표됐을 때 정보의 힘, 투명성, 평판 손상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된다(the power of information, transparency and reputational damage when a critical report of an independent panel is published should not be underestimated)"고 경고했다.
이는 한국이 EU와 맺은 FTA 규정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룰 경우 EU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통관 절차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진 언론사 부장 간담회에서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안 할 경우 EU가 보복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한-EU FTA에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행정부 격인데 EU 의회로부터 굉장히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며 "그렇게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EU 의회에서 2017년 한국이 비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국과의 관계 발전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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