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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폭우에 무너진 코리안드림…"가족들, 못믿겠다"

등록 2019.08.01 13:59:49수정 2019.08.01 14: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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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장 참사' 미얀마 직원, 숨진채 발견

이대목동병원 안치…"가족들 울고 있어"

"시신 사진 찍어 보여주니 그제야 믿어"

집 기둥 같은 역할…"월급 대부분 보내"

동료도 애통…"돈 벌면 자긴 잘 안썼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폭우로 빗물펌프장에 고립됐던 작업자 중 실종자 2명의 시신이 발견된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각각 5시42분과 47분께 실종됐던 협력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 직원과 현대건설 소속 A씨의 시신을 발견, 수습했다. 2019.08.0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폭우로 빗물펌프장에 고립됐던 작업자 중 실종자 2명의 시신이 발견된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각각 5시42분과 47분께 실종됐던 협력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 직원과 현대건설 소속 A씨의 시신을 발견, 수습했다. 2019.08.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미얀마 국적의 20대 S씨가 한국땅을 밟은 건 지난 2017년 5월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 비자를 받은 그는 부푼 '코리안드림'을 안고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으로 취직했다.

회사 숙소에서 지내며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미얀마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서른살도 되지 않은 7남매 중 다섯째. 어린 나이였지만 가족들에겐 든든한 기둥이었다.

S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점검 작업을 위해 들어간 후 고립됐다가 1일 오전 숨진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미얀마 대사관의 임시통역관은 "가족분들이 미얀마에서 울고있다. 형이 전화를 받고 울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제는 가족들이 믿지를 않더라"며 "오늘 발견된 뒤 시신 사진을 찍어 보내니 그제서야 믿었다"고 했다.

통역관에 따르면 S씨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고 한다.

이날 S씨 시신이 안치돼있는 이대목동병원을 찾은 직장 동료들은 모두 허망한 표정이었다.

S씨와 룸메이트 생활을 했던 조메잉오씨는 "한국에서 돈을 벌면 가족들에게 많이 보냈다. 자신은 잘 쓰지도 않았다"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고민 끝에 S씨를 미얀마로 데려가 장례를 치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송환이 되려면 미얀마 대사관과 본국에 거쳐야하는 절차가 있다"면서 "유족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S씨와 함께 발견된 현대건설 직원 A씨(30)는 이날 오후까지 이대목동병원에 빈소를 차릴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전날 가장 먼저 발견된 협력업체 직원 K씨(65)의 경우 이 병원에 빈소가 차려져 조문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방재시설 확충공사' 현장 저류시설에서 작업을 벌이다 폭우로 인한 물살에 휩쓸렸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전 8시24분께 신고를 접수받고 수색에 나섰다. 전날 10시26분께 K씨를 발견했고, 이날 오전 5시42분과 5시47분 A씨와 S씨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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