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이후 직장인 근무시간 평균 13.5분 줄었다

고용부·KT·비씨카드 공동 근로시간·카드매출 분석

광화문·여의도·판교·가산디지털단지 4곳 대상 조사

중기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눈에띄는 변화 없어

여가·자기계발 관련 업종 이용액 평균 18.3% 증가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5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여가·문화·자기계발 업종의 카드이용액은 크게 증가한 반면 유흥, 저녁 급식 이용액은 감소했다. 

11일 고용노동부가 KT와 비씨카드에 의뢰해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여의도·판교·가산디지털단지 등 4개 지역에서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직장인의 근무 시간과 출퇴근 시간, 여가활동 업종의 매출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결과가 나왔다.  

주 52시간제는 지난해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근무시간 분석의 경우 주 52시간제 시행 전인 2018년 3～5월과 주 52시간제 시행 후인 2019년 3～5월을 비교했으며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에 10일 이상 동일 기지국에서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휴대전화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직장인 근무 시간은 4개 지역 평균 13.5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많은 광화문의 근무시간이 39.2분 감소(605분→565.8분)해 4개 지역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업종 대기업이 다수 분포한 여의도와 정보 기술 업종 대기업이 주로 분포한 판교의 경우에 각각 9.9분(626.3분→616.4분)과 9.7분(550.3분→540.6분) 감소했다.

금융 업종 대기업의 경우 특례 제외 업종 1년 유예 방침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주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작년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적용한 곳이 많았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의 경우에는 0.6분 증가해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전 연령대에서 10분 이상 고르게 감소했다. 특히 근무 시간이 가장 길었던 40대가 15.8분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30대는 14.1분, 20대는 11.8분, 근무 시간이 가장 짧았던 50대가 10.2분으로 가장 적게 감소했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나눠서 보면 4개 지역 모두 퇴근 시간이 당겨지는 경향을 보였고, 출근 시간은 업종 특성이나 주 52시간 시행 여부 등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출근 시간은 늦어지고 퇴근 시간은 빨라지는 유형을 보였다. 판교와 가산디지털 단지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 모두 당겨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고용부는 또 서울지역의 여가·문화·자기계발 업종의 카드매출 이용액 변화도 조사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전인 2017년 8월~2018년 5월까지의 서울시 비씨카드 이용액과 주 52시간제 시행 후인 2018년 8월~2019년 5월 이용액을 분석했다.

이 기간 전체 업종의 이용액은 9.2% 증가한 반면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업종의 경우 주 52시간 시행 이전에 비해 시행 이후 이용액이 평균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씨카드가 분류한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업종은 ▲영화·공연 ▲스포츠 레저(볼링장, 헬스클럽, 수영장 등) ▲여행 ▲학원(외국어 학원, 예체능 학원 등) ▲골프 등 5개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대부분 지역에서 여가·문화 관련 업종 매출이 크게 증가했고, 강서구는 항공 관련 업체가 많아 여행 업종의 매출이 252% 증가했다.

직장인 밀집 지역인 광화문·여의도·판교·가산디지털단지의 업종별 이용액 변화의 주요 특성을 보면 스포츠 레저, 학원, 여행 등 업종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스포츠 레저 업종의 소비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광화문은 여행 업종(56.5%), 스포츠 레저 업종(25%) 순으로 증가폭이 컸고, 여의도는 스포츠 레저 업종(103.5%), 학원 업종(66.6%) 순으로 증가했다.

판교는 골프 업종(93.8%), 스포츠 레져 업종(29.5%) 순으로, 가산디지털단지는 학원 업종(84%), 여행 업종(21.8%)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사무실 인근의 유흥업종(일반 주점, 노래방, 유흥 주점 등) 소비는 하락하는 추세에 있고, 기업에서 시행하는 저녁 급식(위탁급식) 매출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흥 업종 이용액은 광화문(9.3% 감소), 여의도(3% 증가), 판교(18.4% 감소), 가산디지털단지(3.2%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위탁 급식 업종 이용액은 광화문(11% 감소), 여의도(64.8% 감소), 판교(10.5% 감소), 가산 디지털 단지(30.7% 증가) 등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이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아직 주 52시간제의 영향이 적어 기업의 위탁 급식 이용액 감소 경향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이후 직장인의 근무 시간 감소 경향과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행동 변화가 유의미하게 관찰됐다"며 "근로 시간 감소로 인한 여유 시간을 여가와 자기 계발 등을 위해 사용하는 등 생활 유형 변화가 소비 행태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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