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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 남편에 딸마저" 30대 이주여성의 딱한 사연

등록 2020.01.1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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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15년 전 광주로 시집 온 이다진씨

3년 전 남편 교통 사고로 뇌병변 장애 판정

둘째딸 만성 중이염 수술·치료비 마련 못해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결혼이주여성 이다진(35)씨 가족.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결혼이주여성 이다진(35)씨 가족.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의 한 결혼이주여성이 만성중이염으로 수술을 받은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중증장애를 안고 있는 남편을 지극히 보살피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까지 병마에 시달려 애를 태우고 있다.

광주 서구의 자그마한 영구 임대아파트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이다진(35)씨는 지난 10일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이씨는 "왼쪽 귀가 너무 아프다"던 둘째 딸(13)을 데리고 서둘러 광주기독병원으로 향했다. 딸은 시급한 치료를 요하는 만성중이염 판정을 받았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이씨는 어린 나이에 수술까지 받은 딸을 가까이서 간호하고 있다. 4년 전에도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수술했던 딸아이여서 이씨의 마음과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런 이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생활고. 딸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딱한 사연은 이씨가 다니던 성당에까지 알려지면서 신자들 역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베트남에서 지난 2005년 입국해 한국인 남편 A(55)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중학생과 초등생 등 세 자녀를 뒀고, 6년 전 귀화했다. 남편이 직접 지어준 예쁜 한국 이름도 생겼다.

이씨는 늘 넉넉치 못한 형편에도 단란한 가정생활을 꾸려 왔다. A씨가 중식당과 택배 일로 번 돈으로 알뜰히 삼 남매를 챙겼다.남편이 2016년 11월 하지관절 장애판정을 받고도 가장으로서 피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며 늘 미안해했다.

소박한 꿈을 키워오던 이씨 가정에 비극이 들이닥친 건 이듬해인 2017년 8월. A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물건 배달을 하다 그만 택시에 치이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 이 사고로 A씨는 뇌병변 장애 판정까지 받아야만 했다.

관할 서구청의 긴급 지원으로 수술비와 치료비는 힘겹게 마련했지만, 예고없이 찾아든 사고는 가정의 행복을 한 순간에 앗아갔다. 절망은 극에 달했지만 마냥 울고만 있을 수도, 원망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가장의 빈 자리를 채워야만 했다.

이씨는 3년째 요양병원에서 투병중인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면서도 삼남매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에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렸다.

시부모와도 연락이 끊겼다. 남편이 아픈 뒤로 친정에 갈 수도 없었다.
교통사고로 3년째 요양병원에서 투병 중인 이다진씨의 남편.

교통사고로 3년째 요양병원에서 투병 중인 이다진씨의 남편.

이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생계·의료·장애 지원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해 4월부터는 아예 생계전선에 직접 뛰어들었다. 구청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세탁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1인 3역을 감내해야만 했다.

구청에서 해당 근로비를 제외한 차액금만 지원받고 있지만, 한 달에 몇십 만 원이라도 더 벌어 자녀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지난해 9월에는 동 주민센터를 찾아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36m², 12평)보다 넓은 주택을 임대해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딱한 처지에도 식구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씨에게 딸의 아픔은 더욱 진한 눈물로 이어지고 있다.이씨는 11일 "수술비와 치료비를 내지 못해 병원에 마냥 있어야 하는 처지"라며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해 하루하루 가슴이 미어진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한편 광주기독병원은 이씨 가족의 처지가 너무나 딱하다고 보고, 가능한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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