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소염제'에 28번째 환자 놓친 정부, 약물 확인 등 보완책 검토
환자 접촉자의 약물복용 여부 확인 조치 보완
격리해제 시 코로나19 검사 실시 여부도 논의
잠복기 24일 확대엔 "지금 근거로는 부적절해"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2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0.02.12. [email protected]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2일 오후 2시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접촉자 관리를 할 때 증상에 대한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복용에 대해 확인하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28번째 환자는 3번째 환자의 접촉자다. 지난 1월21일 의료적 처치를 받고 이날부터 1월28일까지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복용했다. 성형외과를 방문했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번째 환자가 1월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28번째 환자는 이날부터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가격리자가 특정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초기에 나타나는 코로나19의 특징상 해열제나 소염제 등을 복용했을 때 이러한 증상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계다. 정부가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하고 조기에 검사를 진행했다면 확진 여부를 더 빨리 판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앞서 2번째 환자와 5번째 환자도 초기에 감기 증세를 느껴 해열제를 복용했었다. 특히 2번째 환자의 경우 해열제 복용을 중단하자 38도 이상의 발열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아울러 접촉자의 자가격리가 끝난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28번째 환자는 자가격리가 끝나는 시점인 2월8일에 검사를 받았는데, 이는 보건소에서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만약 보건소에서 발열 등 증상이 없어 필요성을 못 느껴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28번째 환자는 곧바로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 본부장은 "격리해제 할 때 검사를 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지금 (사례정의)지침 5판에 대한 보완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28번째 환자의 사례로 잠복기와 무증상 감염 등의 판단 기준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28번째 환자는 3번째 환자와 1월25일에 마지막으로 접촉을 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28번째 환자가 국외에서 감염됐는지, 3번째 환자로부터 2차 감염이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당국에서는 3번째 환자와 동선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해 2차 감염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특이한 점은 28번째 환자가 2월8일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과 양성 중간에 있었다는 부분이다. 2월8일은 3번째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한 지 15일이 되는 날이다. 28번째 환자가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은 날은 2월10일인데, 이는 3번째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하고 17일이 지난 후다. 통상 코로나19의 잠복기는 14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잠복기의 기준이 바뀐다면 접촉자의 자가격리 기준도 현행 14일에서 더 확대돼야 한다. 28번째 환자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측되는 3번째 환자의 접촉자만 해도 75명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코로나19의 잠복기가 최대 24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논문도 나왔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28번째 환자가 진통소염제 복용으로 증상을 느끼지 못한 것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정 본부장은 "중국의 논문은 정식 발표된 건 아니고 초고 형태이며 우리나라 환자들의 역학적 특성을 보면 잠복기가 3~4일, 길어야 8일 이내여서 지금의 근거를 갖고 모든 관리기준을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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