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판사 바꿔라" 청원, 현실됐다…법원, 재판 재배당
중앙지법 "담당 재판장 사건 처리 곤란해"
오덕식 부장판사,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도
조주빈 후계 '태평양' 재판, 형사22단독에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던 A군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 사건을 해당 재판부의 대리부인 형사22단독(판사 박현숙)으로 재배당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제4호에 따른 조치다. 해당 예규에 따르면,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서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한 때 사건 배당 변경이 가능하다.
중앙지법은 "담당 재판장이 위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A군의 재판을 오 부장판사가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오 부장판사에 대한 자격박탈을 요구하는 청원 글들이 올라왔다. 지난 27일 올라온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 자리에 반대,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41만1546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오 부장판사는 사망한 고(故) 구하라의 전 연인 최모씨의 재판을 진행했는데, 상대적으로 가벼운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청원 작성자는 "오덕식 판사를 n번방 사건에서 제외시켜 달라"며 "최씨 사건의 판결과 피해자인 고 구하라에 대한 2차 가해로 수많은 대중에게 큰 화를 산 판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 수많은 성범죄자를 어이없는 판단으로 벌금형과 집행유예 정도로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줬다"며 "이런 판사가 지금 한국의 큰 성착취 인신매매 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사법부의 선택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글에는 "법정에서 분명 피해자가 극구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영상을 시청하고 판결과 상관없는 성관계 횟수와 장소 등을 언급해 성범죄 피해자를 구경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한편, A군의 첫 재판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검찰은 지난 26일 기일연기 신청서를 냈다.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A군의 관련 혐의를 추가로 포착함에 따라 검찰이 연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박사방의 유료회원 출신인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직접 운영진으로 합류했고, 올해 2월까지 텔레그램 안에서 8000명~1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태평양 원정대'라는 성착취 영상 공유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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