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고심…아시아나 인수 시 경영권 방패 얻지만 넘을 산 많아
대한항공, 산은 지원 통한 아시아나 인수설 나와
인수 시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분쟁 우군 확보해
3자연합 반발, 코로나 상황 속 인수리스크도 공존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의 모습. 2020.09.11. [email protected]
13일 금융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인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산은은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또한 "확인된 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산은 주도로 양대 항공사의 통합 밑그림이 이미 그려졌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지원하고,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산은이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3대 주주에 오른다면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사모펀드 KCGI를 주축으로 한 '3자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할 기회가 생긴다
조 회장이 올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3자 연합은 꾸준히 지분을 늘려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재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의 우호지분은 각각 40%를 넘으며, 3자 연합 측이 좀 더 우위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양사가 합병될 경우 보유 항공기 259대, 자산 40조원 규모의 세계 10위권에 드는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두 회사를 합치지 않고 한진그룹 내에서 별도 운영하면 여객 수송 점유율도 지킬 수 있다. 노선을 통합하더라도 비수익 노선, 중복 노선을 정리하면 장기적으로 주력 노선의 수익성을 높이게 된다.
그러나 이번 딜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서울=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여기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은 현 상황에서 경영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이 일단 아시아나항공을 품더라도 경영 정상화에 투입할 실탄이 충분하냐는 지적이 먼저 나온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사업부, 자산 매각 등까지 나선 상황이다.
지난 7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8월25일에는 한앤컴퍼니에 알짜 사업부인 기내식·기판사업을 9906억원에 양도했다. 이와 함께 추가적 자본 확충의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회사 소유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마저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으면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3%, 부채비율은 2291%다. 아직 빅딜에 대한 윤곽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통합 운영 시 양사의 주력 기재가 다르고, 국제선 노선 비중이 상이해 효율적인 운영 구조를 갖추기 위한 고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합병 이후 구조조정, 노조 이슈 등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겠지만, 초대형 딜 과정에서 따르는 다양한 리스크도 외면할 수 없어 끝까지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바로 받아들이기도, 쉽게 버리기도 어려운 계륵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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