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찾은 시민들 "전두환, 사죄해야" 한목소리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씨가 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3번째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1.08.0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씨가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향한 9일 사법적 단죄와 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시민들은 무더운 날씨와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도 광주지법 주변에서 '전두환 사죄'를 촉구했다.

최모(58)씨는 "1980년 5월 고등학생 시절, 수많은 군인들이 겨눈 총칼에 광주시민이 죽어가는 것을 봤다"며 "많은 증언과 고백, 기록물이 나오는 상황에서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지 않는 것은 오월영령과 살아있는 유족·부상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모(76)씨는 "41년이 흘렀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씨는 자신의 권력 찬탈을 위해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고 학살한 것에 대해 이제라도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모(45)씨는 "전씨는 알츠하이머 등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정갈히 차려 입고 동네 산책을 하거나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왜이래'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광주시민을 학살하고도 여전히 뻔뻔하다"고 분노했다.

박모(32·여)씨는 "1980년 5월 당시 시민을 학살한 책임자에 대한 고백과 증언, 기록물들이 나오고 있다"며 "전두환씨가 펴낸 회고록은 역사를 거슬러 자신의 학살 명령을 덮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7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차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재판은 오후 2시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에서 열린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전씨는 1심에서 3차례 재판정에 나왔고, 항소심에서는 이번 출석이 처음이다. 앞서 2차례 열린 항소심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았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상태에서는 증거 신청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재판부의 경고에 입장을 바꿔 이날 법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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