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 사전연습 맹비난 北…강대강 대응 나서나
김여정 "적대시 정책 표현"…한미 훈련 비난
美대북정책 부정적 규정…"南배신적" 언급도
정세 향배 전망 분분…北'관망' vs '도발' 해석
"대화 난망…北, 무기 실험 준비 신호 가능성"
"명분 찾기 소지…갑자기 유화 정책 나설 수도"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9일 오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에 미군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email protected]
이날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미국의 대 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 표현"이라고 지적하면서 "자멸적 행동"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김 부부장은 "현 미국 행정부가 떠들어 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언급, 대북정책 성격을 부정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이 기회에 남조선(한국)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지난 1일 김 부부장은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담화를 냈던 바 있다.
북한의 이번 담화를 토대로 당분간 북미, 남북 관계에는 다시 냉기류가 흐를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북한의 대응 수위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먼저 북한이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견해는 이번 김 부부장 담화 내 표현 수위, 북한 전례 등을 근거로 제기된다. 대립 국면 전개를 예상하는 쪽에서는 북한이 '선제타격 능력 강화' 등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제시한 외교적 해법을 다시 한 번 노골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북미 대화 조건은 미국의 선제적 행위, 제재 일부 해제 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 담긴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 "남북 관계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번 담화는 김정은의 위임을 받고 쓴 것으로, 한국의 배신적 처사를 비판해 통신연락선 복원을 무의미하게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 도발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 추정 배경으로 "이전과 같이 상응하는 조치, 응분의 대가 등 도발을 예고하는 표현은 절제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한미 군사훈련 완전 중단 없이는 대미, 대남 관계를 강대 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라며 "통신선 복원 후 남북, 북미 대화 재개는 상당 기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시스]지난달 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같은 달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2021.06.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오늘 담화 핵심은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무기개발 시험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 무기 시험 실시 준비가 됐다는 신호일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거친 표현이 없다고 일각에서는 희망적으로 해석할지도 모르지만, 그저 무미건조하게 이번 정부와는 더 이상 말하기 싫고 기대도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방향의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훈련 전과 시작 직후 모두 담화로 비판한 것은 예년 비해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면서도 "독설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연합훈련을 언급한 상태에서 실제 훈련이 시작됐는데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실은 북미 협상 장기 표류에 당황해 하고, 남북·북미 대화 모두에서 명분을 찾으려는 초조감이 암시된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연합훈련 기간에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가 훈련 종료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갑자기 유화 정책으로 전환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김여정 메시지에 과민반응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갖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남북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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