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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부부·그림작가·교포까지…'감동의 자원봉사'

등록 2025.01.06 10: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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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원 5509명… 12·29 여객기 참사 아픔·고통 나눠

"손짓으로 주문해주세요", 600장의 편지손수건 뭉클

 *재판매 및 DB 금지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저희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손짓으로 말씀해 주세요'

가족과 연인, 친구 등 179명의 묵숨을 앗아간 12·29 제주항공 여객기사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무안스포츠파크 1층.

목포에 거주하는 중년의 청각장애인 부부가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 않고 차 나눔 봉사활동을 펼쳤다.

메뉴판에는 커피(아메리카노), 유자차, 생강차가 적혀 있고, 바로 옆에는 '차, 음료, 커피 무료',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커피차 양쪽으로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흰 국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용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손으로 '툭' 치며 주문했고, 부부는 "오케이" 손짓과 함께 이내 주문받은 커피나 차를 만들어 제공했다. 부부가 제공한 무료 차는 하루 300잔 안팎.

이용자 김모(54)씨는 "날도 춥고 참사의 아픔으로 마음도 얼어붙어 우울했는데 부부의 선행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며 "희생자들을 대신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30년 동안 그림책으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해온 임경희 작가는 작가협회 '그·데·함(그림책+데스+함께 돌보는 운동)' 회원들과 함께 손수건 600장에 일일이 편지를 적어 유족들에게 나눠주며 아픔을 공유했다.

임 작가는 "뉴스를 통해 항공사고를 접한 뒤 참사에 대한 기억이 잊혀져선 안된다는 생각에 봉사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미국 시애틀에서 20여 년 거주한 40대 교포 조모씨는 과거 미군에서 근무하고 경비행기 교관으로 활동한 경험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에 고국으로 날아왔다. 조씨는 지난 1일 아내와 함께 무안공항에서 후원물품 이송과 물품 배부, 환경정화 등 자원봉사 활동을 묵묵히 펼쳤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단체 및 비영리단체들이 먹거리 등 구호물품을 나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단체 및 비영리단체들이 먹거리 등 구호물품을 나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email protected]



제주 서귀포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선 감귤 156박스를 후원하고, 광명의 한 베이커리에선 냉동빵 79박스를 선뜻 보내왔으며, 서울시한의사회와 서울시청은 한의약품 1만2000명분을, 서울 광진구의 한 시민은 쌀빵과 블루베리잼 200개를 후원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유족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나눔활동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5일 현재까지 현장 수습과 유족 지원, 교통 안내, '사랑의 밥차' 운영 등에 투입된 자원봉사 인력은 5509명에 이른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봉사가 단순한 선행을 넘어 사회의 중요한 가치임을 새삼 느꼈다"며 "도 차원에서도 트라우마 상담 연계 등 세심하게 지원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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