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담병원 늘었는데…일반 환자·취약계층 어디로
정부, 일반 환자 전원 늦어져도 재촉·강제 안한다지만
기존 입원 환자들 "치료 기회 빼앗기고 있다" 아우성
저소득 고령층·노숙자 등 취약계층 갈곳 찾기 어려워
코로나 확산세 꺽였지만 의료진 피로도 여전한 곳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27일 오전 서울시 최초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혜민병원은 이달 6일 서울시 최초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정부가 지정하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은 전체 또는 상당수의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뜻한다. (공동취재사진) 2021.12.27. [email protected]
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병상 전체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병원은 남양주 한양병원, 용인 강남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전국에 총 14곳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후 일반 환자 전원이 늦어져도 재촉하거나 강제하진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새롭게 지정된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기존에 치료를 받던 입원 환자들은 "치료받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는 진료만 볼 수 있을 뿐 입원은 할 수 없다.
경기도의 한 재활병원은 지난달 21일 코로나19 전담병원(코로나19 병상 200여개)으로 지정되면서 입원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진을 뺐다. 대부분의 환자가 뇌졸중이나 치매 같은 중증 질환을 앓고 있어 적절한 간병과 재활치료가 중요한데, 병원 측이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환자들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해야 한다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결국 입원 환자 40여 명은 모두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퇴원했다.
특히 가뜩이나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들은 기존에 이용하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달 13일까지 기존 입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공공병원 중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인천보훈병원, 서울의료원, 근로복지공단 경기요양병원 등 4곳에 대해 병상 전체를 코로나19 전담 병상으로 전환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입원 중인 외상 중환자는 물론 저소득 고령층, 노숙자 등 취약계층 상당수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의료진은 "기존 처방이나 긴급 수술을 받았던 노인분들이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흡수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인근 서울동부시립병원 등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돼 일반 환자(입원)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환자가 간병인 고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부터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권역 외상환자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또 에이즈 감염 환자 중 상당수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부터 중앙치매센터도 위탁 운영해 치매환자도 중점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또 다른 의료진은 "의료원을 찾는 환자 중 빈곤층이 굉장히 많다"면서 "에이즈에 감염됐거나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 등으로 다른 병원을 찾기도, 적응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극심한 피로를 겪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꺽였지만,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의료인력은 부족한데 환자는 몰리는 지방의료원 의료진은 여전히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의료진은 "5차 대유행이 있을 때까지 인력충원은 하나도 없었고 이제 기대도 하지 않는다"면서 "환자배식부터 화장실 청소와 소독, 사체관리까지 여전히 간호사들이 하고 있고, 사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 충원에 2년이나 걸리지 않지 않느냐, 정부가 의지가 없다"면서 "매번 대유행 고비만 넘기려다 보니 근로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9월2일 노정합의 후 실무협의를 통해 '코로나19 중증도별 간호사 배치기준'을 마련해 지난해 11월부터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중증도별 간호사 배치기준에 따르면 가동병상(환자)당 간호사 수는 중증병상 1.80명, 준중증병상 0.9명, 중등증병상 0.2~0.36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