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한 달, 전세 역전되나…우크라, 일부 지역 탈환 성공(종합2보)
러, 헤르손 공항서 헬기 철수…인근 지역서 후퇴도
우크라, 전날 "키이우 외곽 마카리우 탈환에 성공"
키이우 인근 모스춘서도 격퇴…홍수로 진격 방해
우크라 공격으로 전략 전환…공격 강화 징후 포착
영공에서도 러와 경쟁…"러, 제공권 우위 못 점해"
[리틴=AP/뉴시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틴의 한 초소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쌍안경을 통해 주변을 관측하고 있다. 2022.03.23.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일부 지역 탈환에 성공하면서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공항에서 헬기를 철수시켰다. 최근 1주일 내 촬영된 플래닛 랩스 상업 위성 영상에선 헤르손 공항에서 러시아 헬기가 철수된 사실이 확인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연설을 통해 헤르손 공항 인근 초르노바이우카에서 러시아군을 격파했다고 전했다.
헤르손은 흑해 연안 도시이자 오데사항 동쪽에 있는 조선업 중심지로,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군이 장악한 첫 번째 주요 도시다. 다만 러시아군은 헤르손 지역 전체를 장악하진 못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6일 러시아군에 장악된 헤르손 공항을 공격해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었다.
북부와 북동부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도 탈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48㎞ 떨어진 마카리우에서 격렬한 전투 끝에 러시아군을 격퇴, 이 지역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마카리우는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습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으며, 현장 모습이 담긴 영상에 따르면 광범위하게 황폐해졌다.
마카리우는 전략 지역으로 평가되는 곳으로,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마카리우 통제권을 유지할 경우 러시아군의 키이우 서쪽 방면 진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군이 마카리우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보로댠카까지 탈환할 경우 러시아군 진격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18일 제공한 위성사진 이미지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불타고 파괴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 2022.03.23.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모스춘 마을에서도 러시아군 격퇴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군이 장악했던 곳으로, CNN은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서 행진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키이우 이르핀강에선 물이 불어나 러시아군 진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드네프르강 지역 댐에서 물이 방류되면서 발생한 홍수로, CNN은 우크라이나에 의해 수문이 의도적으로 열린 것인지 군사 공격을 당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동부 미콜라이우에서도 러시아군이 후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국방부 한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의 격퇴로 러시아군이 미콜라이우 남부로 군을 재배치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방어가 "능란하고 민첩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7일 북동부 추위우 지역도 탈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방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23.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지난 며칠간 노력하고 있다"며 "방어에 적절하다고 판단된 장소에서 매우 영리하고, 민첩하고, 창의적으로 방어해 왔다"고 설명했다.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조금 더 강화하고 있는 징후를 봤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러시아가 장악한 남부 헤르손과 멜리토폴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최소 1곳을 탈환했고 앞으로 더 많은 도시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하고 있는 전투 능력과 일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공에서도 러시아에 제공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우크라이나 노력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공군은 방공 자원 활용에 있어서 매우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일부 영공에선 우세하지만, 우크라이나군 저항으로 여전히 분쟁 상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 한 고위 관계자도 전날 러시아가 항공기 보유 현황과 비행 횟수 등에서 우크라이나를 월등히 앞서지만,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도네츠크=AP/뉴시스]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거리에서 소방대원이 우크라이나의 토치카-U 미사일 파편을 바라보고 있다. 2022.03.23.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전투기를 대공방어망 안으로 유인한 뒤, 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고정익 항공기 97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검증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강과 들판, 주택가 등에는 러시아 전투기 파편이 흩뿌려지고 있다.
자원자 역할도 크다. 자원자들은 러시아 전투기를 목격하고 소리를 들을 경우 모여 속도와 고도를 산출한다. 민간 장비를 모두 탈거한 항공기도 유사시에 대비해 공군에 기부하고 있다.
미 기업연구소(AEI) 핵심위협 프로젝트 책임자인 프레데릭 케이건은 "러시아군이 적어도 당분간은 흑해 연안 전략도시인 미콜라이우와 우크라이나 경제 중심 도시 오데사 등 남부 지역 점령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헤르손 공항은 남부 지역 장악 작전에서 긴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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