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나노, 우리가 먼저"…인텔 선두 탈환 야심, 통할까
인텔 3조 들여 공장 증설…삼성·TSMC에 도전장
업계 "수율 문제 직면할 것…쉽지 않은 도전" 평가
[파리=AP/뉴시스]2017년 11월4일 파리에서 열린 파리 게임 주간 행사에서 반도체 칩 제조사 인텔의 로고가 보이고 있다. 인텔은 15일(현지시간)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야심찬 확장의 일환으로 유럽 전역에 최대 800억 유로(109조5744억원, 88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2022.3.16
인텔이 초미세 공정의 업계 선두 자리를 탈환해 '반도체 제국'을 재건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최근 인텔 펫 겔싱어 CEO(최고경영자)는 미국 오리건주 힐스보로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시설 D1X 팹 확장 개장 행사에 참석해 "새롭게 확장하는 D1X는 더욱 빠르게 공정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이 시설은 인텔이 지난 3년간 30억달러(약 3조7130억원)를 들여 새로 지었다. 인텔은 여기에서 차세대 실리콘 공정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1.8나노 공정을 2025년에 구현하겠다고 밝혀 현실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6개월 더 앞당기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공격적인 발언이 앞으로 경쟁할 대만 TSMC, 삼성전자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절반 이상을 확보한 선두 TSMC와 추격 중인 삼성전자는 2나노의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계획 중이다. 사실상 인텔이 선두 업체들에 도전장을 내민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인텔의 야심 찬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 우세
반도체 업계에서 공정의 미세도를 나타내는 기준은 트랜지스터에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의 길이다. 게이트의 길이를 줄일수록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어 효율과 성능이 향상된다. 하지만 10나노대 이하에 진입하면서 업계는 기술 장벽에 부딪혔다. 인텔이 예고한 1.8나노 공정에 들어서면 반도체 업계는 나노 경쟁에서 옹스트롬(0.1나노) 경쟁으로 넘어간다. 1나노는 머리카락 한 올을 10만개로 쪼갠 것과 같다고 표현하는 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반도체를 창조한 인텔이 14나노 칩에서 고작 10나노 칩으로 공정을 전환하는 사이에, 이미 TSMC와 삼성전자는 7나노, 4나노를 넘어 이제 곧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칩이 나온다. 회사별로 기술의 차이는 있지만 인텔은 그동안 초미세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텔은 7나노급 공정인 '인텔4'를 올해 하반기, 3나노에 준하는 공정인 '인텔4'를 2023년 하반기 상용화 한다고 밝혔다. 또 2나노 이하 공정인 인텔 20A(옹스트롬·0.1나노)과 18A는 각각 2024년 상·하반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당장은 낙관적인 목표 설정이라는 평가가 아직은 더 많다.
더구나 인텔은 아직까지 사용해 본 적 없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도 적응해야 한다. 인텔은 내년 하반기부터 상용화할 '인텔4'에 EUV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회로 패턴을 더 미세하고 오밀조밀하게 새길 수 있어, 더 작은 크기의 칩으로도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업계는 공통적으로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양산품 비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TSMC,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확보한 기술과 양산력을 불과 2년여 만에 구축하겠다는 것이 인텔의 야망이다. 인텔은 현재 퀄컴, 아마존 등을 예비 고객사 명단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초기 수율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지가 난관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EUV 장비의 주문에서 납품까지 최대 2년 이상으로 늦춰져 장비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있다.
인텔, 선두 업체 향해 도전…업계, 기술 개발 경쟁도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보인 행보를 보면 아직은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특히 초미세 공정의 난도가 매우 높아 선두 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이 얼마나 저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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