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지부, '유보통합 밑작업' 먼저 돌입…교육부 예의주시
보육계 대상으로 단독 설문…유치원 관계자 제외
"추진단, 국조실, 교육부·복지부 중 어디에 설치?"
교육부 난색 "당연히 교육부에"…향후 대응 주목
[세종·서울=뉴시스]김정현 김남희 기자 =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유아교육과 보육의 '유보통합'에 대해 의견을 묻는 보육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책 당사자인 유아교육계와 교육부는 배제된 설문이다.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합의가 있어도 추진이 쉽지 않은 국정과제 유보통합을 두고 관계 부처들이 벌써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8일부터 어린이집과 보육교사, 지방자치단체 등 보육계 일부 관계자에게 '유아교육·보육통합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이름의 '표적집단면접'(fgi)을 진행했다. 유아교육계와 시도교육청은 설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뉴시스가 입수한 설문조사지를 보면, 복지부는 유보통합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형태, 우선 고려할 사항,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점 등을 물었다.
특히 '유보통합추진단'을 어느 부처에 설치할지 묻는 문항을 보면, 복지부는 선택지로 '①국무조정실 등 독립적인 제3기관 ②교육부 또는 복지부 ③격차 해소 후 관할기관 일원화 ④기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정과제 이행 과정에 갈등의 소지가 있어서 소규모로 설문지를 돌린 것"이라며 "학부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그룹, 지방자치단체와 전달 체계, 전문가 등을 대표할 수 있는 몇 분에게만 설문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유보통합추진단 관련 문항에 대해서는 "여기서 유보통합 논의를 해야 하니까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것"이라며 "(설치 부처를) 하나도 염두에 두고 설문을 제작한 게 아니며 포괄적으로 답안지를 만들도록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유보통합은 취학 전 연령대 아동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교육과 보육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원화된 기관과 부처, 체계를 통합하자는 정책을 일컫는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부터 추진이 논의돼 왔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 양성 체계, 기본 질을 담보할 시설 기준 차이 등 이해관계가 첨예해 성사되지 않았다.
유보통합추진단도 처음 논의되는 조직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산하에 추진단을 두고 가능한 정책부터 추진한 뒤 부처 유보일원화 등을 뒷순위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세종=뉴시스] 복지부는 지난 8일부터 어린이집과 보육교사, 지방자치단체 등 보육계 일부 관계자에게 '유아교육·보육통합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이름의 '표적집단면접'(fgi)을 진행했다. 유아교육계와 시도교육청은 설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설문 중 '유보통합추진단'을 어느 부처에 설치할 지 묻는 문항. (자료=독자 제공). 2022.08.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에 포함된 유보통합은 최근 '만 5세 입학' 논란이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사실상 철회되자, 취학 전 연령대 아동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 정책적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유보통합추진단 설치 주체를 놓고 교육부는 교육부에, 복지부는 국무조정실 등을 고집해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 부처 입장을 조정하고 총괄해야 하므로 국무조정실과 같은 제3의 부처에 추진단을 둬야 한다"이라며 "교육부와 같이 한 개 부처에 편파적으로 추진단을 둘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29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우리 교육부에서 유아와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통합해서 교육적인 측면을 강화해서 나가겠다"며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유보통합추진단을 만들어 저희가 운영해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부총리는 당시 "이 정부의 취지가 교육으로써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유치원과 보육을 교육부의 품 안에서 같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지난 8일 박 부총리가 낙마한 교육부는 복지부 설문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설문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유보통합추진단 설치는 조율을 기다리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은 여태까지의 연구와 유아교육계 등에서 교육부, 교육청이 맡아 달라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보고 있고 국회 등에 그렇게 설명해 왔다"며 "이해관계자 목소리만으로 되는 게 아니므로 부처 간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보육계와 전문가들은 설문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유보통합 그 자체가 부처 간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유아교육계 한 전문가는 "현재 교육부와 복지부 모두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실행부처를 빠르게 정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각 부처에서 부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유보통합의 본질에 알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연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하는데 추진단 설치부터 논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며 "어떤 부처가 맡든, 같이 하든 우리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좋은 통합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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