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선후배 李·權, 종부세·예산 신경전…"과도한 욕심" vs "여당은 민주"(종합)
이재명,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예방…뼈 있는 말 오고 가
권성동 "종부세 완화, 李도 대선후보 시절 공약…관심 가져달라"
이재명 "초대기업·슈퍼리치 감세 13조인데 서민 지원예산이라니"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31. [email protected]
새로 취임한 이 대표가 상견례 차원에서 권 원내대표를 찾아가고 권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이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에 있는 여야 관계를 반영하듯 두 사람은 웃음이 오가는 중에서도 뼈 있는 말을 주고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두 사람은 중앙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권 원내대표가 80학번, 이 대표가 82학번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언론 기사를 보니까 처음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한 것으로 안다"며 "대선 당시 이 대표님께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아는데 드디어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대표께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하시는 것을 아주 인상 깊게 들었다. 결국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우리 이 대표 말씀처럼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가 머리 맞대고 협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잘 아시다시피 여의도의 여당은 민주당이 아니냐"며 "169석이라는 아주 거대한 의석을 갖고 계신데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이든 예산이든 하나도 처리할 수 없는 게 앞으로의 현실"이라고 했다.
원내 과반인 민주당에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요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민생경제와 민심을 강조하고 계시니까 앞으로 국회가 순조롭게 풀려 나가리라 기대하고 예상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통공약이 많은데 양당의 노력이 가속화 돼야 한다. 정치적 쟁점이 있는 법안도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의 요체는 역시 주권자인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리인이라는 점에는 다를 바가 없다. 지향과 목적이 같고 다만 목표에 이르는 길이나 방법들이 좀 다를 수 있다는 게 차이 아닐까 싶다"고 화답했다.
이어 "저희는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야당으로서 사실 책임과 역할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정부·여당의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책 추진에는 당연히 협력할 것이고 혹시 해야 되는데 지연되거나 못하는 것이 있으면 저희가 먼저 제안해서라도 의사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견제와 비판의 역할도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대표는 "우리가 국민의 대리인이라는 점에서 마이너스 경쟁이나 발목잡기 경쟁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31. [email protected]
이 대표는 "종부세 논의는 당에 가급적 협력 입장을 가지라고 이미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권 원내대표께서 지나치게 과도한 욕심은 내지 마시고 잘 처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도 종부세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점을 에둘러 언급하자 이 대표는 과하게 법안 처리 욕심을 내지 말라고 견제구를 날린 모양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얼마 전 대통령도 반지하방의 참혹한 현장을 보고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말씀도 있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예산안에서 서민 영구임대주택 예산 5조2000억 정도가 삭감됐다. 그런 분들은 갈 데가 없는데 그것도 생각해달라"며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문제로 반격했다.
또 '소상공인이나 골목상권에 큰 도움이 되지만 큰 예산이 들지도 않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했는데 사실 정부 예산에서 얼마 되지도 않잖냐"며 "특히 노인·청년 일자리 예산 삭감이 지나친 것 같다. 초대기업과 슈퍼리치 감세가 13조원인가 하는데 그런 것도 안 하면서 서민 지원예산이라 하면…(되겠냐).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반격에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철학과 우리의 재정 운영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은 앞으로 서로 논의해서 협의하자"며 "민주당 정책대로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고 효과가 있는 것인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방식대로 하는 게 국민에 결과적으로 도움 될 것인지는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다만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신경전을 벌인 두 사람은 이어진 비공개 환담에서는 대학 시절 인연을 거론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사실 두 분이 중앙대 선후배 사이로 옛날 학교 다니면서 고시 공부했던 것을 얘기하면서 편안하게 사담을 나눴다"며 "마지막에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달고 있던 게 의원 배지가 아니라 민주당 배지인 것을 보고 당대표답다고 덕담을 했고 이 대표는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인 형수님께 안부 전해달라고 하면서 환담을 끝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두 분이 중앙대 동문 사이이고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를 했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 사모님께서 미팅도 주선했다는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안부를 전했다"며 "그렇게 과거부터 잘 알고 있어서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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