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경험 부족, 홈 이점으로도 극복 못했다
에콰도르와 조별리그 첫 경기서 졸전 끝에 0-2 패배
합숙훈련·잦은 평가전도 무위…전원 국내파 구성도 독
[알코르=AP/뉴시스]카타르, 개최국 사상 처음으로 첫 경기 패배. 2022.11.20.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합숙훈련, 잦은 평가전, 그리고 홈 이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카타르는 끝내 경험 부족을 이겨내지 못했다.
카타르는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개막전에서 에네르 발렌시아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0-2로 완패했다.
기대를 모았던 개막전에서 완패한 카타르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대회 첫 경기에서 패배한 개최국이 됐다. 월드컵 역사에서 개최국의 첫 경기는 16승 6무로 앞선 22번의 대회에서 진 적이 없었지만 카타르가 첫 불명예를 안았다.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거머쥔 카타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이번 대회에서 다크호스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UIAE)에서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한국, 일본 등을 제치고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희망을 봤다.
카타르는 올해에도 잦은 평가전으로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올해에만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모로코, 가나, 자메이카, 캐나다, 칠레, 니카라과,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나마, 알바니아 등과 A매치를 치르기도 했다. 또 로얄 앤트워프와 우디네세, 라치오, 플로렌티나, 마요르카 등 유럽의 클럽팀과도 평가전을 치렀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달랐다. 그래도 A조 가운데 가장 해볼만한 상대가 에콰도르였지만 카타르 선수들은 경험 부족 때문인지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뒤로 물러서다 보니 펠릭스 산체스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산체스 감독은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을 거쳐 지난 2006년부터 카타르가 자국의 축구 발전을 위해 창설한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의 지도자로 일해왔다. 이후 19세 이하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거쳐 지난 2017년부터 5년 넘게 카타르 대표팀을 지도해왔다. 카타르 축구를 무려 16년 동안 경험했고 5년 이상 카타르 대표팀의 조직력을 키워왔지만 월드컵 데뷔전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이다.
카타르가 합숙훈련에 잦은 평가전 등으로 조직력을 키웠음에도 월드컵 데뷔전에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이유는 경험 부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랍컵이나 아시안컵에 출전한 경험은 많지만 32개국이 출전하는 월드컵은 차원이 다르다.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대회에 카타르 선수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긴장하다보니 자신 기량의 절반도 펼쳐보지 못했다.
여기에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카타르 리그에 속한 국내파라는 점도 독으로 작용했다. 국내파 선수들로 구성된 것은 조직력을 맞추기에 안성맞춤일지는 몰라도 해외 축구에 대한 경험이 전무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의미다.
[알코르=AP/뉴시스]페널티킥을 내준 카타르 골키퍼. 2022.11.20.
카타르 리그에 외국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대부분은 전성기를 한참 넘긴 노장들이다.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상대 선수들에 대한 대비책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두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카타르 선수들은 확실히 부딪혀야만 했지만 경험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전반전 내내 뒤로 물러선 것이 끝내 패인으로 작용했다.
카타르가 세네갈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의외의 선전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카타르는 개최권 획득으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보다 스스로 실력으로 먼저 본선 티켓을 따낸 뒤 경기력을 입증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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