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지원책 보니…'의대정원·공공의대' 핵심 빠졌다
의대정원 확대, 코로나 안정 후 재논의
공공정책수가·지역협진망·수련 강화만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기피현상 여전
의료계 "의료사고 면책 등 환경이 중요"
[서울=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뤄질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하더라도 다시 극심한 갈등이 예상되며, 필수의료 지원책에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살펴보면 심뇌혈관 등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분만·소아 치료 등 필수의료 분야에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해당 분야의 인력 공급 확대, 지역 의료협진망을 통해 골든타임 내 환자 이송 및 전원, 수술까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추후 후속대책으로 '보건의료 발전계획'(2024~2028)에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해소와 지역 의료공백의 최소화 등 의료전달체계와 자원 배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공급을 위해 ▲근무여건 개선 ▲지방병원·필수과목에 전공의 균형 배치 ▲필수의료 교육·수련 강화 등을 통해 유입을 늘린다는 단기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수 등 알맹이는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가 등 보상을 늘리거나 24시간 대기 등 근무부담을 줄이는 대책만으로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 매체가 전국의 주요 수련병원 51곳의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분석한 결과 외과와 산부인과, 흉부외과는 올해도 정원에 지원자 수가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도 경쟁률이 1.12대 1에 그쳤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공급 대책 중 의대 정원 확대 과제와 관련해서는 향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의사 정원 확대를 추진했으나 파업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미뤘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기존 정부 방침에 대해 "의견이 변한 건 없다"면서도 "의대 정원 증원의 경우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에 의정협의체 통해 토론을 갖고 정부 입장을 밝히고 의료계와 협의해서 추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뉴시스] 보건복지부가 심뇌혈관 등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분만·소아 치료 등 필수의료 분야에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해당 분야의 인력 공급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졌으나 제 때 필요한 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데 대한 대책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근본적인 부족의 원인은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것"이라며 "의대 정원이 풀릴 수 있도록 실무적 진행에 방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의대정원 확대 등 다양한 논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본 지역의 의대 정원 제도를 보니 졸업생 80%가 지역에서의 근무를 택한다는 내용을 접했다. 의대 정원이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도록 목적에 맞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이 관건인데 필수의료협의체 등을 통해 청사진을 만들어보겠다"며 "(결국) 의료인력 양성과 공공정책수가 등 중장기 대책은 같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대 현안도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1대 국회에는 국공립의대 설치 관련 12개 법안이 발의된 상태로, 지난 9일 공공의대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은 "의료취약지와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군 복무를 대체해 의무복무하는 공중보건의사가 의료공백을 메워왔으나 매년 공중보건의사 수가 감소하고 있어 안정적인 의사인력 확충 대책이 시급하다"고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0월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의사 부족과 불균형 해소 위한 원내대표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11. [email protected]
그러나 의료계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거나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 보다는 비인기 의료 분야에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등이 그 예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은 지난 7일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 자리에서 "생명과 직결된 고난도·고위험 수술을 담당하는 심장외과 의사는 "수술 두 번 중 한 번은 (환자 및 가족들에게) 멱살 잡히거나 소송당할 생각으로 들어간다고 한다"며 "선의의 의료행위를 하다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수술방에 들어간 의사가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봄 이후 코로나19가 안정화돼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를 재개하더라도 2020년 의료계 파업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는 한방 첩약 급여화, 원격 의료 등 의협이 정한 '4대악 의료정책'에 포함됐다.
익명의 전문의는 "공공의대나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인력을 많이 공급하더라도 결국 인기과목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력 유입을 늘리려면 급여 측면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하거나 의료분쟁 100% 면책 등 위험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