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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안일한 행정, 어촌마을 주민 전체 '생계 위협'

등록 2022.12.1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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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상경계 획정에 따른 어장 이전, 하필 마을 앞 갯벌 한 가운데

고창군 "원전보상지역 주민들 권리없는 관행어업일 뿐"

관행어업 = 주민생계 영세어업, 이미 알고도 주민생계 외면

동의서 제출 만월어촌계, 계원들 의사묻지 않고 임원들 끼리 결정

12일 현장에서 만난 만돌마을의 한 어민이 쭉 이어진 말뚝의 좌측 이전어장을 가리키며 어장 이전허가를 내준 고창군을 성토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12일 현장에서 만난 만돌마을의 한 어민이 쭉 이어진 말뚝의 좌측 이전어장을 가리키며 어장 이전허가를 내준 고창군을 성토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고창=뉴시스] 김종효 기자 = 전북 고창군의 안일한 행정과 일부 기득권자들의 과욕이 한 어촌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며 집단민원을 예고하고 있다.

고창군 심원면 만돌마을, 이곳은 전국적으로 바지락과 동죽, 백합 등 조개류 생산의 주요 거점이다. 생산량이 많아 전문 어업종사자도 많지만 더 많은 1인~2인 가구의 주민들이 마을 앞 갯벌에서 기초생활에 필요한 수익을 얻어내는 곳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2019년 4월, 고창군과 부안군 간의 '해상경계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새로운 해상경계선이 획정되면서부터다. 당시 판결에 따라 고창군은 부안군 위도 쪽 해상을 일부 얻고, 기존 고창군 관할이었던 곰소만의 갯벌 일부를 부안군에 내줬다. 고창군의 일부승소였지만 사실상 실익이란 부분을 따졌을 경우 부안군의 승소라 할 수 있다. 갯벌은 '바다의 곡창지대'로 불릴 만큼 수익 발생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새로 획정된 해상경계선에 따라 부안군 해역에서 어장면허를 갖고 조업하던 고창어민들이 어장을 고창군 해역 쪽으로 이전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번에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어장은 민선 7기 말인 지난 6월에서야 고창 해역으로 이전한 어장이다.

갈등이 생긴 이유는 고창해역으로 이전한 어장 중 유일하게 해당 어장만이 앞서 주민들의 생계터 한가운데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전했던 어장들의 경우, 경계선만 살짝 넘어온 곳에 자리잡았다면 이 어장은 가장 먼 거리에서 주민들의 생계터 한복판에 20ha나 되는 면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이전하자마자 어장 주변에 말뚝을 박아 경계를 표시하고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 A씨는 "해당 어장의 위치는 만돌갯벌의 주생산 패류인 동죽의 종패가 자연 생성되는 곳으로 벼농사에 비유하자면 마을 전체의 육묘장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어장면허권자들의 계획처럼 이곳에 새꼬막을 양식한다면 동죽과 백합 등의 종패가 사라져 인근 어장에까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어 "그에 따른 동죽 등의 생산량 감소폭은 70%에 달할 것"이라며 "너댓명 더 먹고 살자고 200호 350여명 주민들의 생계터에 어장면허 이전 허가를 내준 고창군 행정이 기가 막힐 뿐"이라고 성토했다.

사진 왼쪽 붉은색 원안의 어장이 부안군 해상경계를 넘어 고창군 해역으로 이전한 모습이다. 이전 한 위치는 육지 만돌마을의 바로 앞 갯벌이다. 반면 부안군과의 새로운 해상경계 획정에 따라 이전한 다른 어장들(노란색 원 안)의 경우 대부분 부안군 해역 경계를 살짝 넘어온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왼쪽 붉은색 원안의 어장이 부안군 해상경계를 넘어 고창군 해역으로 이전한 모습이다. 이전 한 위치는 육지 만돌마을의 바로 앞 갯벌이다. 반면  부안군과의 새로운 해상경계 획정에 따라 이전한 다른 어장들(노란색 원 안)의 경우 대부분 부안군 해역 경계를 살짝 넘어온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현재 부안군과의 경계선 부근에서 일부 새꼬막 양식이 있긴 하지만 이곳은 그쪽과는 거리가 멀고 수백년간 자자손손 동죽과 백합을 채취하던 곳"이라며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곳에서 군 행정까지 합세해 생태교란을 야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고창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나름의 이유로 합리화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지방자치 기관으로서의 설득력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먼저 "해당 어장 위치는 한빛원전 건설 시 기존에 원전보상이 이뤄진 곳"이라며 "해당 어장을 포함한 주변 갯벌은 어장면허가 없는 상태에선 조업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관행어업일 뿐, 인근 어장 3곳의 동의가 있었고 해당 어장이 속한 만월어촌계 명의의 동의도 들어와 있는 상태"라면서 "허가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관행어업'이란 단어를 사용할 만큼 실제 주민들이 영세조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생존권이 행정행위의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 점은 지방자치의 기능과 의미를 역행하는 귄위적 행태라 할 수 있다.

군 관계자의 말처럼 원전보상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보상 이후 관계기관에서는 주민들의 관행어업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의 관행어업이 원전보상이란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문제가 발생치 않는 관행어업을 막아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원전 관련 사업이 추가돼 주민들이 갯벌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수백년간 갯벌에 터전을 두고 살아왔던 주민들은 실질적 갯벌점유권자에 해당되며 그에 대한 권리보호를 행정이 외면한 것은 충분히 비판받을 일이다.

만돌마을 앞 갯벌의 이전어장에서 마을 어민이 자연생성 중인 동죽의 종패를 보여주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만돌마을 앞 갯벌의 이전어장에서 마을 어민이 자연생성 중인 동죽의 종패를 보여주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인근 어장 3곳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인근 주민이 아닌 점은 행정의 원칙적 과정을 떠나 애초부터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허가과정의 동의는 본래 법률 등의 규정사항이 아닌 민원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임의수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만월어촌계의 동의에는 더 큰 문제점이 있다. 마을 내 전체가구의 25%가량이 어촌계에 속해 있지 않아 주민 모두의 의견을 대변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어촌계 계원들에게조차 동의 여부를 묻는 과정이 없었고 결국 임원들 몇몇이 결정한 동의사항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뒤늦게 이전 허가를 낸 해당 어장은 어장 간 필요 간격을 따져봐도 굳이 이곳이 아닌 다른 위치에도 얼마든지 이전할 수 있었다. 주민들 모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다면, 고창군 행정이 탁상행정을 벗어나 주민들을 위한 적극행정으로 빛났다면 오늘의 이 사태는 발생치 않았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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