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쓴 손흥민 축구기사…어떤가요?
외신 챗GPT에게 맡겼더니 '뚝딱'
여러 외신 핵심 요약해 한국어로 기사화
독후감도 써줘…사람의 느낌·감정 표현도
인간의 도구로 AI 활용하는 시대 다가와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AI 활용력 중요해져"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 토트넘이 웨스트햄을 상대로 2-0으로 승리하여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로 올라섰다. 이번 경기에서는 에머슨 로열과 손흥민이 골을 넣어줬다. 그러나 경기 후 손흥민이 인터넷상에서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받았다는 보고가 전해졌다. 이에 토트넘은 소셜미디어 회사와 당국이 조치를 취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브렌트포드 공격수 이반 토니가 인스타그램에서 인종 차별적인 욕설을 받은 후 안티-레이시즘 단체인 킥 잇 아웃이 "의미 있는 개혁"을 요구한 것에 이어 발생한 일이다.
챗GPT가 한국어로 다시 쓴 해외 축구 기사다.
기자는 지난 21일자 AP통신 영어 원문 기사 2개를 복사해 챗GPT 대화창에 붙여 넣고 하나로 요약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한국어 번역을 요청하고, 기사체로 작성해달라고 했다. 원고지 13매 분량에 해당하는 외신을 요약해 한국어 기사로 만들기까지 1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기자는 토씨 하나 바꾸지 않았다.
제목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챗GPT가 추천한 4개의 제목이다.
1. 토트넘은 웨스트햄을 이기며 4위로 올라섰지만, 손흥민은 인종차별적인 온라인 학대 당해
2. 토트넘, 웨스트햄에 대승했으나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학대 발생
3. 토트넘, 웨스트햄 대승 후 손흥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조치 요구
4. 손흥민, 토트넘의 웨스트햄 대승 이후 인종차별적인 학대에 노출
챗GPT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기사도 뚝딱 만들어낸다. 다음은 원고지 15매 분량의 24일자 AP통신 기사를 요약해 한국어로 번역한 기사다.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략의 1주년을 기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3년 승리를 향해 나아갈 것을 약속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유럽 최대이자 두번째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전쟁에 직면했을 때 그들의 인내심과 결연함을 칭찬했다. 서구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 재정적, 정치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중국, 인도 및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양측의 인명 피해는 여전히 호소적인 수준이며, 서구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의 최전방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직은 챗GPT의 한국어 학습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탓에 번역 결과물이 자연스럽지 않다. 이 경우 번역을 챗GPT 대신 플리토나 파파고 등 한국어 특화 AI 번역 엔진에 맡기면 한결 매끄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예를 들어 챗GPT가 번역한 "러시아 침략의 1주년을 기념했다"는 내용 대신에 "러시아 침공 1년"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는 식이다.
챗GPT는 독후감도 대신 써준다. 마치 사람처럼 챗GPT가 생각하고 쓴 글처럼 보여진다. 다음은 해리포터에 대한 챗GPT의 독후감이다.
#. 이 소설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저 역시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 소설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마법사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고, 해리와 그의 친구들의 모험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매우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쉬웠습니다. 시리즈의 모든 책에서는 강력한 캐릭터들과 독특한 마법적인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AI 일상에 속속 도입…"활용 능력 중요해진다"
이미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신호탄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부 부처도 챗GPT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챗GPT에게 신년사를 쓰게 했더니 결과물이 훌륭했다"며 공무원들의 업무 활용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을 챗GPT로 작성했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 개최국의 경제적 이득 5가지에 대한 챗GPT 답변을 기자간담회에서 공유했을 정도다. 박 시장은 "저희가 쓰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다"는 말을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챗GPT와 같은 AI 활용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사이버대학교의 정승익 겸임교수는 신학기 개설되는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 교양 과목에서 과제 제출 시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이광형 KAIST(카이스트) 총장은 최근 진행된 '디지털 교육 콘퍼런스' 기조강연을 통해 "챗GPT가 나옴으로써 교육 현장에서의 지식 전수 기능이 약화될 것 같다"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챗GPT는 범용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게 될 것이다. 계산기의 등장으로 암산 능력의 중요성이 떨어진 만큼 이제 지식을 많이 갖고 있느냐를 겨룰 필요와 의미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그에 따른 AI 능력 시험도 등장할 수 있다. AI 보조교사도 나타날 수 있다"며 "AI 시대 우리 교육도 AI적인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외국의 지배, AI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AI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자손들이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인문·예술 교육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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