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디아나 담라우 "못된 계모가 제 꿈이었죠"[문화人터뷰]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Juergen Frank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어렸을 때부터 백설공주의 못된 계모가 되고 싶었어요. 이미 준비가 돼 있었죠(웃음)."

이 시대 최고의 '밤의 여왕'으로 꼽히는 세계 정상급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가 6년만에 내한한다. 무려 20여개 버전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으로 활약했던 그는 오는 5월18일 월드 클래스 콘서트 시리즈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주제는 '오페라의 왕과 여왕들'이다.

담라우는 내한에 앞서 22일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밤의 여왕으로 출연한 모든 공연을 다 좋아한다"고 했다. "밤의 여왕을 노래하고 연기하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녀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 지, 왜 그렇게 심술궂은 지를 보여주는 거였어요."

아리아 '밤의 여왕'은 딸에게 자라스트로를 찔러 죽이라고 명령하는 격렬한 복수의 노래다. 아찔한 고음과 초절기교, 극적인 격분으로 가득찬 이 곡은 소프라노 중에서도 담라우나 조수미 같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만 소화할 수 있다.

담라우는 12세 때 TV에서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페라 영화 '라 트라비아타'를 본 후 오페라 가수를 향한 열망을 키웠다. 2002년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역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이 역으로 뮌헨 국립오페라, 런던 로열오페라 등의 무대에 차례로 서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는 밤의 여왕과 파미나를 동시에 맡아 번갈아 노래해 찬사를 받았다.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Jiyang Chen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담라우는 1996년 뷔르츠부르크 데뷔공연과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가든 공연을 가장 기억에 남는 '밤의 여왕'으로 꼽았다. "밤의 여왕 데뷔 무대 때였어요. 두 번째 아리아를 부르기 전 저는 6미터 높이 공중에 매달린 달에 들어가 20분 가량 기다려야 했죠. 극적인 등장을 위한 장치였는데, 전 정말 힘들었어요. 명상을 하고, 모차르트에게 기도를 하며 버텼고, 전 결국 해냈어요."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한 데이비드 맥 비카스 프로덕션 버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했다. "의상, 메이크업, 여인들, 조명, 대사, 드라마 등 모든 것이 밤의 여왕에게 딱 맞았어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영상이죠."

하지만 그는 2008년 이후 아쉽게도 더이상 '밤의 여왕'으로 무대에 서지 않는다. "제 생각에 밤의 여왕은 일정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역할이에요. 극한의 도전적인 역할을 그만두고 미래와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Jiyang Chen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담라우는 "인생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하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흐름에 따라 제 마음이 준비된 것에 따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앞으로는 모국어로 노래하고 연기하며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 슈트라우스 레퍼토리에 더 중점을 두고자 해요. 하지만 리트(독일 가곡), 오페레타, 모차르트와 벨칸토 역할은 제 레퍼토리에 남아있을 거에요."

담라우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오페라에 등장하는 왕과 여왕의 음악들을 선보인다. 로시니 오페라 '세미라미데' 중 카바티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 하지예프 오페라 '마리아 데실리바' 중 데실리바의 기도의 아리아 '위대한 신이시여, 제 간청을 들어주시옵소서',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라' 1막 중 카바티네·아리아 '젊은 날에는 순진했었지 등이다.

"왕관 뒤나 왕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어떤 작곡가들은 왕관의 화려함과 외로움 사이에서 그들의 영혼과 아픔을 보여주죠. 우리는 이들이 평범하면서도 사적인 인간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고 느낍니다."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오페라의 왕과 여왕들' 포스터.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담라우는 남편이자 정상급 성악가인 바리톤 니콜라 테스테와 함께 듀엣곡도 선보인다. "저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아리아들을 모두 선택했어요. 무대 위에서 우리는 캐릭터에 빠져들지만, (부부인 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죠. 그와 함께 공연하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에요."

담라우는 6년 전 내한 당시 한국 노래 '동심초'를 앵콜곡으로 불러 환호를 받았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앵콜곡을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도전을 사랑한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6년 전 서울의 공연도, 제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짧은 휴가도 정말 즐거웠어요. 마법 같았죠. 이번 공연에서 마법 같은 순간, 기쁨, 깊은 감정, 함께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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