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반격→폭파→반란…혼란의 우크라 '지금은 탐색중' [우크라전 500일①]
우크라 대반격의 초라한 성적표…9개 마을 160 ㎢ 탈환 그쳐
지상군 지원할 공중전력 부족…전선 곳곳 취약점 탐색 단계
자포리자 원전 '핵 재앙 인질' 논란…우크라 대반격 큰 장애물
[그래픽=뉴시스] 500일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 정리=이명동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용병 바그너그룹을 내세워 도네츠크 동부 바흐무트를 점령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에 더해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 주로 늘어났다.기나긴 겨울 소강상태를 벗어나 우크라이나가 올해 들어 봄철 대반격에 나섰다. 대반격 와중에 헤르손주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댐 폭파라는 재앙이 터졌다. 탄약 공급 문제로 러시아군 수뇌부와 갈등을 보였던 용병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의 반란이 '36시간 천하'로 끝났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세계 에너지 시장과 곡물시장은 요동쳤다. 뉴시스는 8일 우크라이나 전쟁 500일을 맞아 ▲전쟁 상황 ▲외교전 ▲경제 영향 3편으로 나눠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8일 발발 500일을 맞았다. 동부와 남부 4개 지역을 점령당한 우크라이나는 야심차게 봄철 대반격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가 지난 5일(현지 시간)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달 4일 대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이 한 달 동안 탈환한 러시아군 점령지는 9개 마을 160 ㎢에 불과하다. 대반격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전과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아직 대반격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F-16 전투기 등 지상군을 엄호하고 공중지원하는 전력이 없는 데다 장거리 공격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200㎞에 달하는 전선 전 지역에서 러시아군 방어가 취약한 곳을 찾는 탐색에 집중하는 단계다.
우크라이나군은 자포리자 지역 서쪽에서 가장 멀리 진격해 7.5㎞를 전진했다. 도네츠크 지역과 자포리자 지역 사이의 행정 경계선을 따라 여러 곳에서 진격하고 있다.
한달 전 내줬던 바흐무트 재탈환 시도
영국 국방부는 바흐무트 지역 러시아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긴장이 고조됐을 때 동원되는 정예 신속대응 공정연대”라고 밝혔다.
6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이우를 러시아군이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러시아군은 이번 주에도 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흑해 상공에서 10발의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7발은 요격했으나 1발이 방향을 바꿔 서쪽 르이우로 날아갔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르이우에서 5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했다. 지난달 27일 도네츠크 지역 동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피자 식당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13명이 숨진 사건은 최근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사례였다.
반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본토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간헐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 드론 공격 때문에 브누코보국제공항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5대의 드론이 모스크바 여러 곳을 향해 날아왔고 모두 격추됐다고 덧붙였다.
러, 우크라 모두 드론 도시 공격 빈발
지난 500일 동안 전쟁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진행돼 왔다. 지난해 2월24일 새벽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불과 한달 여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동북부 수미 지역, 하르키우 지역, 남부 헤르손 지역을 장악했다.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은 상당부분 전쟁 이전부터 친러 반군 세력이 장악한 상태였다.
러시아군이 집중 포격으로 도시를 초토화하는 전술에 주로 의존해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했다. ‘어린이’라는 큰 글씨를 써둔 마리우폴 극장을 폭격해 피난민 수백 명이 한꺼번에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마을 등 일부 점령지에서 민간인 대규모 학살과 고문을 자행했다. 남부 아조우해 연안의 마리우폴에서는 제철공장 지하로 피신한 우크라이나군 아조우연대가 몇 달 동안 사수하다가 궤멸 직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복 명령을 받고 수백 명이 러시아군에 포로가 되기도 했다.
전쟁 준비 미흡한 러군 초기 연속해 크게 패배
그러나 쉽게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충분한 준비 없이 전격적으로 '특별군사작전'(러시아가 명명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폈던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대패했다. 이어 지난해 가을 북동부 하르키우와 수미 지역에서도 크게 패배하고 완전히 밀려났다. 이어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도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원격 공격으로 고립 위기에 빠진 드니프로강 서쪽 헤르손시의 러시아군이 전격 철수했다.
이후 몇 달 동안 도네츠크 동부 공략에 집중한 러시아 바그너용병그룹이 바흐무트를 점령했다. 죄수들을 사면하는 조건으로 모병한 바그너그룹은 훈련도 받지 못하고 장비도 부실한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투입하는 ‘인해전술’을 펴가며 하르키우 패배 이후 사실상 첫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군은 주로 각종 공대지 미사일과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 시설과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겨울 내내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망을 파괴해 겨울 동안 우크라이나 주민이 추위에 떨도록 함으로써 항전 의지를 꺾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겨울을 지나면서 러시아의 미사일 등 재고가 부족해져 공격의 빈도가 줄었으며 우크라이나는 올 봄 파괴된 에너지망을 대부분 복원했다.
대반격 대비 러군 지뢰지대, 참호선 등 방어선 구축
지난달 러시아군은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을 건너 진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바 카호우카댐을 폭파해 대홍수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당 기간 헤르손 지역의 전투는 소강상태에 머물 전망이다.
가장 최근에는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원전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원전 부지를 군사 장비 비축 기지로 사용한다면서 원자로 위에 폭발물이나 기관총좌를 설치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군이 노바 카호우카댐을 폭파한 것처럼 원전을 전략적 방어 수단으로 삼아 ‘핵재앙 인질 작전’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자포리자 남부 멜리토폴과 마리우폴 등 아조우해 연안도시까지 진격해 러시아군 양분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포리자 원전은 노바카호우카댐에 이어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전술에 큰 장애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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