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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마약투약자 범죄에…경찰 "과다 처방 병원도 수사"

등록 2023.10.03 07:00:00수정 2023.10.03 07: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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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투약 경로 역추적해 병원 특정

최근 5년간 마약류 투약 범죄 1083명

식약처 등 유관기관 협력 대응 강화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근 마약류에 취한 채 운전하다 행인을 다치게 한 사건 등 단순 마약류 투약 범죄를 넘어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이 마약류 과다 처방 의혹 병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신모(28)씨가 지난 8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2023.08.18.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근 마약류에 취한 채 운전하다 행인을 다치게 한 사건 등 단순 마약류 투약 범죄를 넘어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이 마약류 과다 처방 의혹 병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신모(28)씨가 지난 8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2023.08.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이른바 '롤스로이스 돌진 사건', '람보르기니 주차 시비 사건' '용산 경찰 추락사' 등 최근 마약류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칼을 빼들었다. 서울 등 주요 클럽 점검에 이어 마약류 과다 처방 의혹이 있는 병원들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마약류 관련 운전 등 범죄 척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병원이 취급하고 있는 마약류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마약류 관련 사건 피의자의 투약 경위를 역추적해 처방 병원을 특정함으로써, 해당 병원의 처방 약품 및 처방량에 대한 적정성 등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피의자의 투약 경위 등을 조사하며 처방 병원을 확인 후, 의료용 처치와 관계없이 프로포폴이나 펜타닐 등을 과도하게 처방한 것은 아닌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는 등 관계 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식약처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올라온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처방 병원 및 투약 환자 정보 등을 분석해, 프로포폴이나 펜타닐 등의 처방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병원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식이다.

또 의료용 마약류 합동 점검 체제를 연 2회에서 연 4회로 강화하거나, 의료기관의 마약류 불법 취급·오남용 사례 적발 시 단속 정보를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등 수사 협력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의료용 마약류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 행인을 다치게 하는 등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 시비가 붙은 상대방에게 흉기를 보여주며 위협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홍모(30)씨는 주차 시비 전후 서울 강남의 병원 두 곳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엑스터시(MDMA), 케타민 등 3종의 마약 양성 반응을 나왔는데, 경찰 조사에서 '피부 시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찾았고 수면 마취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또 8월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신모(28)씨도, 사고 당일 강남구 소재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신씨에게서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서울=뉴시스] 최근 마약류에 취한 채 운전하다 행인을 다치게 한 사건 등 단순 마약류 투약 범죄를 넘어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이 마약류 과다 처방 의혹 병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7월14일 오후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 척결 및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경찰청 제공) 2023.07.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근 마약류에 취한 채 운전하다 행인을 다치게 한 사건 등 단순 마약류 투약 범죄를 넘어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이 마약류 과다 처방 의혹 병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7월14일 오후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 척결 및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경찰청 제공) 2023.07.14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마약류 관련 2차 범죄는 최근 5년간 매년 200건 안팎을 기록할 만큼 지속된 문제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마약류를 투약한 후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10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221건 ▲2019년 236건 ▲2020년 182건 ▲2021년 230건 ▲2022년 214건으로 매년 200건 안팎의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가 발생했다.

'마약류 투약 가해자'의 범죄 유형에선, 교통범죄가 282명(26%)으로 가장 많았다. 또 절도 213명(19.7%), 폭행 112명(10.3%), 강간 92명(8.5%), 상해 64명(5.9%), 살인 12명(1.1%), 살인미수 8명(0.7%)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중 향정신성의약품(향정약) 투약자는 715명(66%)이었는데, 3명 중 2명꼴로 향정약을 투약한 셈이다. 또 마약 투약자는 213명(19.7%), 대마 투약자는 155명(14.3%)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몸에서 마약이 검출되거나 자택 등에서 주사기 등 투약 정황이 나와도 정확한 시점과 장소가 적시되지 않으면 법원에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있다"라며 "마약류 관련 사건의 뿌리를 추적하는 식으로 단속을 강화해 늘어나는 마약류 관련 범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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