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이초 학부모 갑질 없어"…교사들, 수사심의 신청한다(종합)
인디스쿨 통해 모인 교사들, 수사심의 절차 추진
인사처에 순직 인정 요구하고 국회에 입법 촉구
의혹 제기했던 서울교사노조 "경찰 의지 부족"
교총도 "희생은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현실"
[서울=뉴시스]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49재인 지난 9월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내 고인이 근무한 교실에 꽃이 놓여져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1.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성소의 기자 =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이 '범죄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자 교사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교직단체에서도 경찰을 규탄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고인의 순직 처리 심사를 진행 중인 인사혁신처에도 인정을 요구하는 서명과 요구를 전달할 방침이다.
1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통해 구성된 '공교육 정상화 전략기획팀' 측은 이달 중 서울경찰청에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사심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앞서 인디스쿨을 통해 자발적으로 구성된 10·28 집회 진행팀과 공교육 정상화 전략기획팀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서이초 진상 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을 위한 100만 대국민 서명'을 벌였다.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지난달 12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총 12만여명의 서명이 모였다"며 경찰에 수사심의 신청을 할 때 이를 함께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인의 유가족이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신청한 순직유족급여 인정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인 인사혁신처에도 서명과 요구사항을 전달할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도 이달 중 서명지를 제출하면서 아동학대 관련 법률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교사들은 악성 민원인이 교육활동에 대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제기한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게 관련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주요 교직단체들도 경찰의 수사 종결 소식이 알려지자 잇달아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 아울러 관계 당국이 고인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입 모아 주장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성명을 내 경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 교사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이초 진상 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14. [email protected]
노조는 "경찰은 수사 초기 고인의 죽음을 개인적 사유로 몰아 보도에 혼선을 끼치고 유족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행보를 보였다"며 "우리 노조나 언론에서 제기하는 문제만 피동적으로 수사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심리 부검 결과도 고인이 생전에 교권침해로 심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국과수는 지난달 18일 '고인이 반 아이들 지도 문제, 학생들 간 발생한 사건 관련 학부모 중재, 학교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 등으로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의 심리부검 결과를 경찰에 전달한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안타까운 희생과 피해자는 있는데 단죄할 가해자는 없다는 결과에 대해 학교 현장은 납득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했다.
교총은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예방하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아동복지법을 개정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법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전국 교원들과 함께 총력 입법 관철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휴대전화 포렌식은 결국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학부모 민원 내용과 갑질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반면 일명 ‘연필 사건’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누리꾼이 고소당한 건에 대해서는 신원 특정 등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서울시교육청 측은 "인사처의 순직 심의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를 보도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지난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이었던 2년차 새내기 교사인 고인이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교육계를 중심으로 파장이 확산됐다.
교사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추모 집회를 이어갔으며 고인의 49재인 지난 9월4일에는 하루 수업을 쉬자는 취지의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도 교권침해 방지 대책을 마련했고, 국회에서는 이른바 '교권4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앞서 이날 오전 송원영 서울 서초경찰서장은 서초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범죄 혐의점이 없어 오늘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부모의 이른바 '갑질, 괴롭힘' 정황을 조사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고인의 일기장, 메모, 진료내역, 통화내역, 태블릿 PC, 업무용 PC 등을 분석하고 유족, 동료 교사, 친구 등 지인, 학부모 등 68명을 조사한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으며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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