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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는 이른 저녁에' …경북 안동 종가들 달라졌다

등록 2024.02.10 06:00:00수정 2024.02.10 06: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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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12시 모시던 조상 제사, 7~9시로 앞당겨

4대 봉사를 2·3대 봉사로 바꾼 종가도 많아

부부 기제사는 합사…남편 기일에 함께 모셔

진성이씨 노송정 종택 설 차례상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성이씨 노송정 종택 설 차례상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경북 안동지역 종가들이 조상 제사를 시대에 맞게 바꿔 모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설날을 앞두고 조상 제사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안동지역 40개 종가를 대상으로 조상 제사 방식 등에 대해 조사했다.

종가는 보통 4대봉사와 불천위 제사, 설과 추석 차례 등 연 평균 12회의 제사를 지내는데 이번 조사는 4대봉사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40개 종가 모두 조상 제사를 모시는 시간대를 오후 7~9시로 변경했다.

통상 조상 제사는 오후 11~12시에 지내는 것이 전통적 관행이다.

이른 저녁으로 제사 모시는 시간을 앞당기면서 사람들의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해가 늦게 지는 여름에는 오후 8시 이후가 적합하고, 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이라면 오후 7시 전후가 무난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사시간 변화뿐만 아니라 부부의 기제사를 합쳐서 지내는 합사(合祀) 방식도 등장했다.

기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각각 지내는데, 남편 기일에 부부를 함께 모시고 부인 제사는 생략하는 방식이다.

광산김씨 유일재 종택 설 차례상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산김씨 유일재 종택 설 차례상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잦은 제사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40개 종가 가운데 약 90%인 35개 종가에서 합사 형태로 바꿨다.

4대봉사를 3대봉사 또는 2대봉사로 바꾼 사례도 11개 종가였다.

이 가운데 10개 종가가 조부모까지의 2대봉사로 변경했다.

종손들은 "조부모는 생전에 뵌 적이 있어 친밀감이 깊다"며 변화를 결정할 때 대면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응답했다.

특정 공휴일을 정해 4대조까지 여덟 분의 조상을 함께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종가도 3곳으로 조사됐다.

조상 제사 지침을 마련한 '주자가례'와 조선 예학자들도 제사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 제사문화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고, 이런 경향은 세대가 교체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전통문화의 롤모델인 종가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바람은 우리사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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