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브리핑이 면피용?…원안위, 외면받는 이유는
이승주 경제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 4차 방류가 지난 17일 끝났다. 이로써 도쿄전력의 2023년 방류가 모두 종료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내년 3월까지 7회 배출을 시작한다. 이 소식에 "일본에 아무 말 못하는 정부", "방류하는 동안 도대체 뭘 했냐"는 식의 비난의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우리나라 원자력 담당 최고기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0개월 동안 뭘 했을까. 원안위는 후쿠시마 방류에 나름 성실히(?) 임해왔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외교부 등과 지난 5월부터 인근 해역 모니터링 결과를 브리핑했다. 심지어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했다.
취재진들은 브리핑 초반만 해도 꽤 많이 찾았다. 하지만 서서히 줄더니 지난해 가을부터는 단 한 명도 찾지 않았다. 이를 틈타 추석 이후 브리핑을 이틀에 한 번으로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 지적이 제기됐고, 지금까지 10개월째 '브리퍼만 하는 브리핑'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왜 찾지 않았던 걸까. 질문을 해도 답변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원안위(NRA)에서 보고해줘야 답변 가능하고, 일본에서 받아본 수치는 과학이니 믿어야 하고, 이미 방류가 결정 났으니 어쩔 수 없다는 전제 하에 답변을 하니 매사에 수동적이고 기계적이었다. 예상 가능한 답변만 나오니 점점 기자들이 찾지 않게 됐다.
원안위는 기자도 없는 브리핑을 왜 계속 한 걸까. 이 질문에 한 원안위 관계자는 "나중에 원안위는 뭐했냐고 지적하면 할 말이라도 있지 않겠냐, 혹 사고라도 터졌을 때 우린 매일 브리핑 했었다 하면 되니까"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면피성 태도'는 브리핑 만이 아니다. 한참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을 때 백브리핑에서 취재진들이 고위 관계자에게 원안위의 입장을 물은 적 있다. 그 때도 "컨트롤 타워는 국조실"이라거나, "원안위는 규제기관일 뿐",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 등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수동적이기까지 하다. 지난달 방사능 핵종이 걸러지지 않은 오염수가 후쿠시마 원전 내에 누출된 건에 우려가 제기되자 "아직 일본 원안위(NRA)에서 통보가 안 와서"라고 대응했다. NRA가 우리나라에 통보해 줄 의무사항은 아니란 말까지 덧붙였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난생 처음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경험하고 있다. 나와 아이들 세대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이슈라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국민들에게 정부는 과학과 전문가를 믿어 달라고 호소한다.
부처 관계자들은 수산물을 먹어가며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있다. 정부는 "정부를 믿어달라"고 말할 게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