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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안전교육 받는 아이들…"당황 안 해요"

등록 2024.04.16 16:55:49수정 2024.04.16 19: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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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안전체험교육관서 안전교육

유치원생 약 600여명 모여 교육 들어

선상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도 배워

"구명조끼에 줄잡고 작은 배 타 도망"

"교육 통해 자기 생명 지킬 힘 기르길"

다중밀집상황 시 대처 방법도 체험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서 지진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2024.04.16.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서 지진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서울 곳곳에선 학생들에게 선상 침몰이나 다중 밀집상황 등 각종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가르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체험 학습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이제 사고가 나도 안 다치고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16일 오전 뉴시스가 찾은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는 약 60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몰려 북적였다. 아이들은 가슴팍에 소속 유치원과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붙인 채 서로 손을 잡고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다.

체험교육관 앞마당에 마련된 차 안에는 지진 발생 시 대처 방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헬멧을 쓴 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교육 진행자의 설명을 듣던 아이들은 실제 땅이 흔들리자 "땅이 흔들려요" "무서워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진행자가 지진이 발생하면 책상 아래로 들어가 몸을 웅크려야 한다고 가르치자, 아이들은 신속하게 책상 아래로 움직였고 한 손으로는 책상다리를 꽉 잡았다.

한 아이는 두 손을 자신의 헬멧 위에 올려놓고 눈을 꼭 감았고, 또 다른 아이는 무서워하는 눈빛에도 옆 친구를 안아주기도 했다.

체험교육관에 함께 온 유치원 선생님 서지현(33)씨는 "자기가 의도하지 않게 언제 어디서든 큰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냐"며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워서, 당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이날 VR(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선박에서의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선상 충돌 사고나 화재 사고 과정이 눈앞에 펼쳐지고, 이후 구명조끼 착용과 구명보트 탑승 등의 대피 과정을 학습하는 식이다.
[서울=뉴시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서 VR(가상현실)기기를 통해 선상 사고 시 대피 과정에 대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2024.04.16.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서 VR(가상현실)기기를 통해 선상 사고 시 대피 과정에 대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2024.04.16. [email protected]


아이들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VR기기 착용 순서를 기다렸고, 자기 차례가 오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이동했다. 이후 VR기기를 눈에 낀 채 "너무 재밌다" "무섭다" "도망쳐"라고 소리쳤다.

송파구의 한 유치원에서 체험학습을 왔다는 이윤승(6)군은 배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배웠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명조끼 입고 배 타고 잘 도망쳐야 한다고 배웠다. 오늘 눈앞에 그림이 그려져서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엄초우(7)양도 "배 사고가 나면 구명조끼를 입고 줄을 잡고 작은 배에 타서 도망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유치원 선생님인 조경민(40)씨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인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는 그런 사고가 안 터지게 됐으면 좋겠지만 혹여 터졌다면 적어도 자신의 생명은 지킬 수 있는 그런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육 장소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 밀집상황'에서의 대처 방법 관련 교육도 진행 중이었다.

교육 진행자는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가로세로 약 1m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아이들이 들어가 밀집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체득하도록 가르쳤다. 이에 아이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졌어요" "위험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후 진행자가 "부딪치는 느낌이 들면 두 손을 앞으로 쭉 펴고 팔꿈치를 잡은 상태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 하자, 진지한 눈빛의 아이들이 그대로 자세를 따라 했다.
[서울=뉴시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서 아이들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 밀집상황에서의 대피 과정을 배우고 있다. 2024.04.16.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서 아이들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 밀집상황에서의 대피 과정을 배우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신지율(6)양은 "사람이 많을 때는 이렇게 팔꿈치를 잡고 숨 쉴 수 있게 하라고 배웠다"며 "이제 사람이 많이 있어도 안 다치고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신양은 자신의 양팔을 잡으며 배운 동작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유치원 선생님 이진희(47)씨는 "오늘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그때 선생님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고 잘 모르는 학생들은 안에 있다가 결국 그렇게 사고를 당했었다"며 "우리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단순히 어른들 말만 믿는 게 아니라 사고가 터졌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분명히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위기 상황에서도 시민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셋째 주(15~21일) 일주일간을 안전 주간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송파안전체험관 외에도 동작구의 보라매안전체험관에서는 각종 재난과 위기 상황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의 재난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진행된다. 오는 17일부터 3일간 공무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 교육은 ▲지진 시 붕괴 탈출 방법 ▲소화기·완강기 사용 방법 ▲지하철 사고 등을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 위주다.

은평구는 이날 오전 10시 관할 소방서·경찰서와 함께 주민대상 심폐소생술과 범죄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용산구는 19일까지 지역 주민이 직접 안전 취약지역을 합동 순찰·점검한다. 마포구는 지난달부터 오는 21일까지 '안전문화 확산 운동 및 집중 안전 점검 기간'으로 설정, 전통시장·어린이 놀이시설 등에 대한 점검과 안전교육·캠페인을 실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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