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환자 있는데"…'궐기대회' 고민하는 의대교수들
전면 휴진 속속 동참…총궐기 대회에는 미온적
전공의 지켜주려 휴진 결의…환자에도 마음 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5.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의대 교수들이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18일 전면 휴진에 동참하면서도 총궐기대회에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고민의 흔적이 읽히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은 전면 휴진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5 병원 가운데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오후 5시 온라인 총회를 열고 집단 휴진 여부를 논의한다. 이날 총회에서 집단 휴진으로 가닥이 잡히면 설문조사를 통해 휴진 기간과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세브란스병원 교수 비대위도 400여 명의 교수들이 휴진 여부를 두고 투표한 결과 18일 전면 휴진에 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의협 결정에 따라 18일 하루 휴진한다. 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는 삼성서울병원 등이 속해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산하에 둔 가톨릭대는 아직 동참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려대 의대 비대위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전면 휴진에 대한 설문 조사를 11일까지 진행한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전면 취소를 요구하며 오는 17일부터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 휴진에 나서기로 했다.
다른 의대 교수들도 속속 휴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12일 정기총회를 열고 휴진 여부를 결정한다. 또 다른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의협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개원의들의 휴진 동참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의대교수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넉 달 넘게 병원을 떠나있으면서 제자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이 컸을 것"이라며 "제자들을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면휴진에는 동참을 택한 교수들이 같은 날 예정된 의협 주도의 전국의사궐기대회 참여는 미온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초기 휴진율이 90%를 넘는 등 의사단체가 격렬히 투쟁했던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도 의대교수들은 병원을 지켰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언이다. 이어 2014년 원격진료, 2020년 의대증원에 반대해 총궐기대회가 있었지만 현장에 얼굴을 비친 의대교수들은 적었다.
의대 교수들은 '내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신념이 강해 휴진에 이어 총궐기 현장까지 나서기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의대 교수들의 이런 마음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간담회에서 곽재건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 부위원장은 "환자들이 사직서 냈느냐 언제까지 일하느냐고 종종 물어보시는데 힘들어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며 "눈앞에 환자가 있는데 다른 생각은 못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은진 비대위원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서 같이 손을 잡고 환자들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집단 휴진을 예고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 "교수님들이 휴진 의사를 보류하고 의료 현장을 지키시는 일은 굴복이 아닌 희생"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유 총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병원 구성원께 드리는 서신'에서 "제가 앞장서서 (의료계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겠다"며 진단 휴진 보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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