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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육비 청구권, 자녀 성인되면 소멸시효 시작"…판례 변경

등록 2024.07.18 16:53:24수정 2024.07.18 20: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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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성인되고 배우자에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 제기

1심 원고 승소…2심 기존 판례 깨고 청구권 소멸 인정

대법 "성인되면 양육 의무 종료…성년되면 소멸 시작"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혼한 부부에게 혼인무효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 혼인무효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2024.05.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혼한 부부에게 혼인무효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 혼인무효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2024.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양육비 청구권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양육비는 부부 간 협의나 소송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본 기존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은 18일 오후 전원합의체를 열고 A(87)씨가 전 남편 B(85)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재판관 다수 의견으로 청구기각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와 B씨는 1971년 혼인해 1973년 아들을 낳았다. 별거에 들어간 부부는 1984년 이혼했다. A씨는 아들이 성년이 되기까지 19년 동안 홀로 양육했다. 

A씨는 아들이 성인이 되고 23년이 지난 2016년 B씨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과거 양육비 청구 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맞섰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주며 과거 양육비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2심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존 판례를 깨고 양육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양육비를 일반 채권과 동일하게 판단해 10년의 소멸시효가 있다고 봤다. 이에 자녀가 성인이 되고 23년 만에 양육비 소송을 낸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7인의 다수 재판관 의견으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친족법상 신분으로부터 독립해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다"며 "더 이상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의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대법관은 "이혼한 부부 사이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급을 구할 권리는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친족 관계에 따라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 성질을 가지므로 종전 판례가 타당해 유지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권영준 대법관은 다수 재판관 의견에 동의하면서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협의를 요구하거나 심판청구를 해 적극적으로 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그 소멸시효가 진행해 오히려 불리해지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자녀의 복리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및 구체적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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