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사람 잡네" 농담 아니다…'임신부 조산·고령자 사망' 위험↑
절정 이른 더위에 온열질환 1690명…사망자도 속출
체온 조절 어려운 고령자·임신부 등 특히 주의해야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1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주택에서 60대 노인이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전국적 폭염 속 더위의 영향을 더 쉽게, 더 크게 받는 고령자와 임신부 등 건강취약계층의 안전관리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6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 4일까지 169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14명이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사병, 열탈진이 대표적이다. 두통, 어지럼증,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노화로 인해 더위에 의한 체온 상승 및 탈수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심뇌혈관질환 등 기저질환과 복용하는 약 때문에 체온 유지와 땀 배출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문제도 있다.
현재까지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의 32.7%(552명)는 65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에도 전체 온열질환자 2818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29.5%(830명)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다. 온열질환 사망자 32명 중 절반인 16명은 80세 이상 고령자였다.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더라도 심한 더위는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기후변화에 따른 노령인구의 건강영향평가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여름철 33도 이상 환경에 노출될 경우 허혈성심질환,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대사질환과 인지기능 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5일 행정안전부중앙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이달 3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1명이다. 특히 지난 3일 하루 동안에만 온열질환으로 3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 여주시 점동면의 낮 최고기온은 40.0도를 기록했다.(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임신부도 호르몬 변화, 체중 증가 등으로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건강민감계층으로 꼽힌다. 일반 사람들보다 체온이 높아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폭염주의보 기준온도인 33도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임신부가 고온에 노출될 경우 출산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질병관리청의 '임신부 폭염노출에 따른 임신부, 신생아 및 영유아 건강영향 연구' 결과 여름철(6~8월) 29도 이상 환경 노출시 조산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초기인 임신 1분기(1~12주)에는 29도 이상, 임신중기인 임신 2분기(13~28주)에는 32도 이상 고온 노출시 조산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연구에서 임신부가 폭염에 노출되는 날이 많을수록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3도보다 낮은 온도(23~32도)에서도 노출일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저체중아 출생 확률이 증가했다. 저체중아 출생 확률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감소했다.
그밖에 신진대사율이 높아 몸에 열이 많은 어린이, 심뇌혈관질환자·신장질환자·당뇨질환자 등 만성질환자도 위험 요인이 많아 최대한 더위가 지속되는 환경을 피해야 한다.
온열질환을 비롯한 무더위로 인한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선 폭염시 외출 및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기본이다. 냉방기기로 실내 온도를 낮추고, 냉방기기 사용이 어려울 경우 인근 무더위 쉼터 위치를 미리 파악해 이용하는 게 좋다. 특히 고령층은 더운 시간대 논밭 작업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위기 상황 발생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고령층과 어린이는 보호자 및 지역사회의 관리도 중요하다. 독거 고령자는 응급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안부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자동차 내부 등 밀폐공간에 잠시라도 혼자 두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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